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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 평생교육 배움터로 인기

입력 | 2021-12-13 03:00:00

청년세대 위해 ‘미래학 강좌’ 운영
주민들 직접 참여 프로그램도 눈길
로봇이 관람객에게 전시 작품 해



8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 내 갤러리. 대학시절 같은 실기실을 썼던 동기 7명과 함께 12월 이곳에서 ‘Project 1+10’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이영신 작가(왼쪽)가 전시작품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몇 년 전 이혜령 씨(44)는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이후 아이가 자라고 조금씩 여유가 생기자 배움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시민대학을 알게 됐고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의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공부가 이 씨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시민대학에서 100시간 이상 강좌를 들어 시민학사를 딴 것도 모자라 실제 대학에 들어가 평생교육학 석사과정까지 밟게 된 것이다.

올해는 서울 강동구에 있는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에서 시민기획단 2기로 활동하며 직접 주민참여활동을 기획했다. 시민대학에 입성한 지 5년 만에 그는 ‘수강생’에서 ‘기획자’로, ‘경력단절여성’에서 ‘대학원생’으로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프로그램
서울시민대학은 서울시가 2013년 설립했다. 지금은 본부, 시민청, 서소문학습장, 은평구학습장, 동남권 캠퍼스 등 여러 곳에 있다. 이 중에서도 동남권 캠퍼스는 올 4월 강동구에 문을 열었는데 시가 운영하는 평생교육 배움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청년세대를 위해 정보기술(IT),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포함된 ‘미래학’ 강좌를 특화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강좌 수강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다. 이 씨도 6∼10월 시민기획단으로서 팀원 3명과 모두 16차례 만나 활동을 기획했다. 서로 활동 진행을 시연해볼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이 씨와 한 팀인 이종선 씨(50)는 중년 세대가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을 두려워해 가이드 여행만을 고집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들을 위한 강의를 기획했다.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모바일 게임을 자주 했던 홍정아 씨(41)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놀이를 체험하는 활동을 제안했다. 홍 씨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주민은 “아이들 게임이 생각처럼 나쁜 것도 아니더라”며 “앞으로는 게임을 무조건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소통의 수단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활력을 얻은 것은 참여자만이 아니다. 기획자였던 유혁재 씨(61)는 “올 2월 평생 교사로 몸담았던 학교에서 퇴직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보람과 자신감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 로봇이 설명하는 갤러리
동남권 캠퍼스에는 전업작가 또는 일반 시민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도 있다.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그림을 그리는 연계체험활동을 진행한다. 작가들뿐 아니라 로봇(LG 클로이 가이드봇)이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로봇은 관람객들에게 전시 작품을 해설하며,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낼 수도 있다.

이달에는 이영신 작가가 이화여대 서양화과에서 같은 실기실을 쓰던 동기 7명과 공동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Project 1+10’ 전시를 진행 중이다. 7일에는 이 작가와 관람객들이 함께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그림(스케치) 에세이 제작’ 체험활동이 이뤄졌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