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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방문 이재명 “전두환도 공과 병존… 경제 성장은 성과”

입력 | 2021-12-13 03:00:00

前대통령 재평가로 보수표심 겨냥
全 사망땐 “내란학살 주범” 맹비난
TK선 “흑백논리는 우리사회 병폐”
사흘간 매일 박정희 성과도 강조
“빨간색만 찍다 TK 망해” 지지호소




“전두환도 공과(功過)가 병존한다. 삼저(三低)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병존한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섰다. 전 전 대통령 사망 당일(지난달 23일) “내란 학살주범”이라며 조문을 거부했던 것과 급격한 온도차다. 경남 합천 출신인 전 전 대통령은 대구공고를 졸업했으며, 최근 삼우제도 대구 동화사에서 치러졌다.

이 후보는 12일 경북 김천시 추풍령휴게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지금도 공소시효 등을 폐지해서라도 처벌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그가) 삼저 호황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서 맡긴 덕분에 경제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0일부터 3박 4일간 대구경북 지역 15개 시군을 돌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저인망식’ 유세를 이어간 이 후보는 곳곳에서 보수진영 출신 대통령들의 성과를 강조하며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 3일간 이어진 일정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10일 대구 동성로에서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산업화를 긍정 평가한 것을 시작으로 1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 간담회 및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 연설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권 내 반발 가능성을 의식한 듯 거듭 진영논리 타파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히 전 전 대통령 재평가 발언을 두고 정치권 내 파장이 이어진 것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라며 “다원적이고 실용적인 사회로 가기 위해선 있는 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보수진영 출신 대통령들의 경제성과를 유독 강조하고 나선 건 최근 스스로 ‘유능한 후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다. 선대위 관계자는 “반대 진영에서도 배울 점은 배우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민주당 후보이지만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아들’이란 점도 부각했다. 그는 11일 경북 봉화군 만산고택에서 모교 은사 및 동창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태까지 색깔이 똑같다고 빨간색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솔직히 TK 망했지 않느냐. (보수 정당이) 무엇을 해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에 머리를 두고 죽는다”며 “조금 전 아버님 어머님 산소에 들르고 왔다. 저도 결국 그 옆에 묻힐 것”이라고도 했다.

12일 경북 김천에 있는 황금시장에선 “가장 가슴 아픈 건 제가 태어났고 자랐고 언젠가 묻힐 고향인 경북이 왜 점점 희망을 잃고 퇴락해 갈까다”라며 “당이 아니라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사람을 선택해야 당이 바뀐다”고 호소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