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태작가 헬렌 맥도널드, 에세이 ‘저녁의 비행’ 국내 출간 새의 시선으로 세상 내려다보면 세속적인 걱정의 무게 줄어들 것
헬렌 맥도널드는 “인간의 시선을 버리고 동물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반려동물이 주는 정신적 풍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Marzena Pogorzaly
“생태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제대로 기록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영국 생태작가 헬렌 맥도널드(51)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불행히도 우리는 환경문제에 있어 끔찍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4년 발간한 ‘메이블 이야기’로 논픽션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새뮤얼존슨상과 영국 문학상 코스타상을 동시 수상한 그는 최근 에세이 ‘저녁의 비행’(판미동)을 출간했다. ‘메이블 이야기’는 작가가 야생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로, 국내에서 2만 부 이상 팔렸다. 그는 신간에서도 우연히 자연과 맺은 교감의 순간들을 섬세한 필치로 담았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것들을 구하기 위해 싸우지도 않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도시에서도 자연이 주는 경이와 통찰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고 했다. 아무래도 도시인들은 자연과 교감할 기회가 드물어서다. 그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야생의 풍경만이 깨달음을 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직장에서 일을 하다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를 보고도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 새의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거나, 인간이 모두 새가 된 세상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세속적 삶의 무게를 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건 일종의 마법과도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가끔 도시를 벗어나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싶다면 무얼 준비해야할까. 작은 야생동물 도감과 중고 쌍안경이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조언. “쌍안경을 다루는 게 처음에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이를 들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수줍음이 많아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생명체들이 특별한 접근을 허락해 줄 겁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