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창출하는 고려대의료원
정부 지원받아 암 진단-치료법 개발… AI-빅데이터 기반 의료기술 고도화
바이오 분야 대형 국책과제 수행도
‘종양백신’ 등 기술이전 사례 다양… 연구성과 바탕 사업화 적극 지원

고려대의료원 안산병원 조감도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과 존스홉킨스대학병원도 1000병상 정도의 임상 규모만 유지하며 연구개발(R&D)을 통한 가치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연간 연구비 수주는 1조 원을 넘는다. 국내에서는 고려대의료원이 연구중심 의료기관을 표방하며 가장 앞서가고 있다.
국내 유일 2개 연구중심병원 보유

고려대의료원 구로병원 조감도
5년간 430억 원의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에 나서고 있는 K-MASTER 사업단(단장 김열홍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최근 1만 건의 암 환자 유전체 프로파일링을 달성했다. 구로병원은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혁신 의료기술 고도화 사업 총괄 기관(책임자 서재홍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으로 선정돼 2028년까지 358억 원 규모, 6개 분야의 세부연구를 지휘하게 된다.
이 밖에도 바이오의료기술, 인공지능, 의료기기, 생활화학 안전관리 등의 대규모 국책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소속 연구자들의 임상연구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안암, 구로, 안산병원에 대한 첨단의학 테스트베드 기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조감도
국내 최고의 기술이전… 사업화 역량 과시
암 치료제 개발 연구팀이 배양 세포를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고 있다.
소속 교원의 연구 성과를 기초로 한 사업화 지원 체계도 독보적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료기관 주도로 설립된 ‘고려대 의료기술지주 주식회사’가 기술력 있는 사내 벤처를 발굴한 뒤 심의위원회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가 결정되면 10%의 지분을 매입한 뒤 자회사로 영입한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의료기술 자회사는 11월 현재 18개이고, 전체 기업가치는 2600억 원에 달한다.
정릉-청담 등 5개 캠퍼스서 의료 융복합연구
유방암표적치료연구.
고려대의료원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재투자를 통해 외연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는 계획이다. 첨단 연구장비, 동물실험 시설, 생물안전 연구시설을 모두 갖춘 R&D 허브로 조성 중인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와 미래의학을 미리 만나보는 ‘팝업스토어’인 청담고영캠퍼스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100억 원, 동화그룹 승명호 회장 30억 원 등 재계로부터 거액의 사재를 기부 받아 화제가 된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정몽구 백신혁신센터’가 설립돼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감염병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백신개발연구가 진행될 계획이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ABSL3, BSL3 등의 첨단 연구시설이 구축됐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를 기반으로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감염병 연구 및 차세대 백신플랫폼 개발에 대한 협약을 맺고 3년간 50억 원 규모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영캠퍼스에는 고려대의료원이 획득한 유럽 의료기기법에 부합하는 ‘ISO 14155’ 인증을 바탕으로 국산 의료기기의 해외 진출을 돕는 ‘임상연구지원본부’, 정밀의학 기반의 메디컬 이미지 분석 및 연구를 수행하는 ‘의료영상센터’, 고령화 사회의 대세로 자리할 홈헬스케어 기관 등이 자리해 미래의학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연구단지와의 협업도 적극 진행한다. 고려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9개 대학과 5개 연구기관, 기술개발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지식단지인 ‘서울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와 연구 인프라, 네트워크 공유를 통해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연구에 대한 상승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임상연구 테스트베드인 안암, 구로, 안산병원과 첨단 인프라로 조성된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 청담 고영캠퍼스가 어우러진 ‘5 캠퍼스 체제’를 통해 기존 의료기관들과 차별화된 거대한 융복합연구가 실현되는 고려대의료원 중심의 ‘꿈 R&D 유니버스(KU Medicine R&D Universe)’를 창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은 “의사가 진료에 몰입하면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산업화에 도전하면 약품과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져 한 질병에 대한 환자군 전체가 혜택을 누리게 되고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선순환적 효과를 파생시킨다”며 “고려대의료원은 초일류 연구중심 의료기관으로서 미래의학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