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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된 아이티 대통령, 정치인·기업인 마약 밀매 조사하고 있었다”

입력 | 2021-12-13 15:37:00

뉴시스


무장 괴한들에게 7월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숨지기 전 아이티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이 마약 밀매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갱단이 현직 대통령을 없앨 만큼 아이티 전체가 무법천지로 빠져든 상황이 발생한 것은 권력의 핵심까지 침투한 마약 카르텔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이즈 대통령의 암살 용의자로 콜롬비아 용병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40명 이상이 체포됐지만 아직 암살을 지시한 최종 배후와 명확한 암살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아이티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시 모이즈 대통령은 마약 밀매에 연루된 유력 인사의 명단을 작성해 미국에 넘기려 했다. 그는 이 명단에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인물이 포함된 것을 알면서도 ‘단 한 명도 빼놓지 말라’고 지시했다.

특히 명단에는 미셀 마르텔리 전 대통령와 인척 관계인 유명 기업인 샤를 생 레미도 포함됐다. 미국 마약단속국(DEA)로부터 오랫동안 마약 밀매 연루 혐의를 받아온 레미는 모이즈 정권에서 각료 인사에 개입하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모이즈 대통령의 이런 단호한 태도가 범인들에게 암살의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암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이들 중 일부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모이즈 대통령이 작성을 지시한 명단을 회수하는 것이 암살 작전의 최우선 임무였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아이티 난민 추방에 반발해 9월 자신 사퇴한 대니얼 푸트 전 아이티 특사는 “마약과 불법 무기 밀매가 암살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면 바보”라며 “아이티 정치와 경제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