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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안 뜬다” 방역패스 첫날 ‘먹통’…질병청 “13일 적용 안해”

입력 | 2021-12-13 18:28:00

방역패스(백신패스)의 계도기간이 끝나 의무화된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손님의 핸드폰에 QR코드 전자증명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2021.12.13/뉴스1


“점심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가 먹통이 돼서 손님들이 백신 접종 확인을 기다리다가 못 참고 다른 데로 가버렸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 완료 및 음성 확인제)가 계도 기간이 끝나고 식당 카페 등에 본격적으로 시행된 첫날인 13일,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 종업원 전모 씨(60)는 ‘QR코드 먹통’ 사태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많았다며 아쉬워했다. 전 씨는 “손님들이 QR코드가 안 된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080 전화만으로도 접종 확인이 된다고 우기는 경우도 있다”며 “홀에서 혼자 일하는데 백신 접종 확인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해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의 백신 접종 증명 애플리케이션(앱)인 ‘쿠브(COOV)’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고, 카카오 네이버 등에서도 QR코드가 원활히 생성되지 않아 시민과 자영업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질병관리청은 “방역패스 시스템 과부화로 시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오늘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과태료 단속에 적발됐다면 무효이고, 저녁 식사도 방역패스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낮 12시경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입구 주변에는 10여 명의 손님이 입장하지 못하고 몰려 있었다. “백신 증명서를 보여달라”는 종업원의 요구에 손님들은 “QR코드가 안 뜬다”며 당황해했다. 손님 김모 씨(25)는 “입구에서만 10분 정도 기다리다 내 차례가 와서 QR코드를 찍으려는데 네이버와 카카오의 QR체크인이 되지 않았다”며 “몇 분 더 씨름을 하다 ‘국민비서 구삐’에서 받은 백신 접종 증명 문자를 보여주고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씨는 “QR코드가 도입된 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닌데, 백신패스 첫날부터 먹통이 된 걸 보면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지 의문”이라며 “카페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접종 증명 문자를 캡처해 놓고 매번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모 씨(29)는 “카페에 일행 2명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손님 입장에서 일일이 다 보여주는 게 귀찮기도 하고, 백신패스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접종 증명이 일부 앱에서만 복구가 되며 시민들의 혼란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경 서울 광진구의 한 술집을 찾은 박모 씨(22)는 일행 4명 모두의 QR코드가 생성되지 않아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씨는 “직원에 따르면 오후 3, 4시경에는 다시 되는 듯하더니 7시경 다시 안 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뒤늦게 쿠브에는 접속이 돼 약속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관련 업계에서는 점심시간에 QR코드 체크인 수요가 몰리면서 질병관리청이 관리하는 방문 등록, 백신 접종 관련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는 QR코드 체크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긴 했지만 서버 증설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혼선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국민 여러분께 양해 말씀을 드린다”며 “사용 정상화를 위한 관련 기관 간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긴급조치가 진행된 이후에 원인과 재발 방지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백신 접종 확인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반 시 과태료 150만~300만 원, 운영 중단 10일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창옥 씨(61)는 “손님들 백신패스를 확인하기 위해 배달도 못 가고 가게에 남아야 할 상황”이라며 “나이가 많은 손님들은 접종 증명을 아예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고, 과태료가 최대 300만 원이라 접종 증명을 피하는 손님은 아예 안 받는 게 낫다”고 했다.

서울 종로와 노량진 등 학원가에는 백신 미접종자 학생들의 환불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종로의 한 공무원학원 관계자는 “평생 직업을 구하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부작용 우려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방역패스가 발표된 이후 미접종 학생들의 환불 요청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백신패스 확대 하루 전인 12일 선별진료소에는 음성확인서를 받기 위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낮 12시경 노량진 학원가 인근 서울 동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는 학생과 시민 400여 명이 대기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