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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올림픽 후원기업들[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입력 | 2021-12-14 03:00:00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여성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파란을 겪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제3의 길을 찾아라.’

미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한 뒤 이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 받고 있는 올림픽 후원 기업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전부터 미국 내 인권 단체들은 올림픽 후원기업들에 대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해왔다. 이들은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후원하는 것은 중국의 인권탄압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업들에 사실상 베이징 올림픽 후원 및 마케팅 활동을 중단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림픽 후원기업들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후원금과 그에 따른 마케팅 권한에 따라 월드와이드 파트너, 골드 파트너, 오피셜 파트너, 오피셜 서포터 등으로 세분된다. 후원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월드와이드 파트너 계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다년 계약을 맺고 전 세계에서 자신들의 분야에서 독점인 올림픽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골드 파트너는 두 번째로 큰 후원 계약을 맺는다. 골드 파트너는 주로 개최국 내의 기업들로 구성되고 마케팅도 국내로 한정된다. 세 번째와 네 번째인 오피셜 파트너와 오피셜 서포터의 후원금과 마케팅 권한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올해 7월 열린 2020 도쿄 여름올림픽의 경우 14개 월드와이드 파트너, 15개 골드 파트너, 32개 오피셜 파트너, 20개의 오피셜 서포터가 참여했다.

월드와이드 파트너들은 이 자격을 얻기 위해서만 각 사당 대략 1억 달러(약 1182억 원)를 IOC에 냈다. 이들은 베이징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 기간에 총 4조 원가량을 IOC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올림픽 당시 골드 파트너의 개별 후원 금액은 1억3500만 달러(약 1595억 원) 정도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골드 파트너 이하 후원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모두 중국의 입장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알력 사이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기업들은 월드와이드 파트너들이다.

도쿄 올림픽 이후 GE 등 일부 기업들이 계약을 종료하는 등 IOC의 월드와이드 파트너에 변화가 있었다. 현재 IOC의 월드와이드 파트너는 코카콜라, P&G, VISA, 인텔, 에어비앤비(이상 미국), 브리지스톤, 파나소닉, 도요타(이상 일본), 삼성(한국), 알리안츠(독일), 알리바바(중국), 아토스(프랑스), 오메가(스위스) 등 13개 기업이다. 삼성은 무선통신 등의 분야에서 2028년까지 IOC와 월드와이드 파트너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이 올림픽 후원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많은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보복이 예상된다. 이미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 중국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가 호된 불매운동을 겪었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드와이드 파트너 중 상위 10개사가 중국에서만 연간 1100억 달러(약 130조 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들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중국시장이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인 오메가가 먼저 침묵을 깼다. 미국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오메가는 최근 베이징 올림픽을 계속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오메가는 “우리는 1932년 이래 올림픽 공식기록을 측정하는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을 돕기 위해 다시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침묵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오메가 외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올림픽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직접 규제를 받는 미국 국적 기업들은 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미국 편도 중국 편도 아닌 ‘제3의 길’이라는 묘수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대부분은 IOC와 장기계약을 맺은 데다 이미 상당한 돈을 냈기 때문에 쉽사리 후원을 끊거나 마케팅 권한을 포기할 수 없다. 다만 후원을 계속해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올림픽 기간에 예전처럼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지는 못할 듯하다. 결국 돈만 내고 조용히 있기 쉽다. 돈 낸 만큼 수익활동을 못 하니 결국은 손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미국과 중국의 힘 싸움까지 더해지며 올림픽이 시련을 겪고 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