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변별력만 강화하다 문제 생겨” 쓴소리 17일 1심 선고후 수시 합격자 발표 생과Ⅱ 20번 ‘기존 정답’ ‘전원 정답’ 교육부, 두 가지 점수 대학에 제공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계의 개발을 이끈 박도순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고려대 명예교수·사진)이 “학력고사를 탈피하기 위해 만든 수능이 갈수록 학력고사처럼 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2022학년도 수능의 생명과학Ⅱ 문항 오류로 불거진 논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능은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사람이면 능히 맞힐 수 있는 문제를 내야 하는데 자꾸 변별력을 높인다고 하고, 수능이 대학 입학 당락을 결정하는 자료로 활용돼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수능은 대학에 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처럼 고전문학이나 미적분 등 세부 과목으로 구분되는 형태가 아니라 언어 능력과 사고력, 논리력 등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수능은 교과서 내용을 잘 배웠는지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다. 그래서 암기가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를 내는 게 원칙”이라며 “내가 지금 수능을 보면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졸업한 대학에 입학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데 있어서 고교와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무적으로 대학이 수능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고, 수능의 목적 역시 모든 학생의 서열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고교가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거라고 믿고 맡겨야 하고, 대학도 자율적으로 뽑는 방법을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강력하게 처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여전히 합격자 발표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A대 관계자는 “17일 1심 선고 결과가 나오면 밤을 새워서 18일 저녁에 수시 합격자를 발표하려 계획했는데 성적을 미리 제공받으면 일정을 당겨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서울대는 17일 오후 9시경 수시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이후 항소 방침을 묻는 질문에 “어느 소송에서도 공정한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행위를 사전에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판결 이후 신속히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고 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가원이 1심에서 패소할 경우 항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평가원이 항소할 경우 향후 대입 일정은 더욱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