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청소년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미국인 여성이 면책특권 주장에도 불구하고 형사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영국 검찰청(CPS)은 지난 2019년 8월 잉글랜드에서 역주행으로 영국인 해리 던(19)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미국인 앤 새쿨러스(44)를 내년 초 형사재판에 회부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던의 유족은 2019년 사고 당시 새쿨러스가 외교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책임을 피하고 출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알려진 사실과 달리, 새쿨러스는 미국 외교관의 아내가 아니었다.
그의 남편은 사건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전보장국(NSA)이 정보수집 거점으로 사용하는 군사기지에서 근무한 행정 및 기술 참모로 근무한 미국 정부 직원이었다고 밝혀졌다.
외신에 따르면 새쿨러스 역시 해당 기지에서 근무한 미국 정부 직원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직책에 대해서는 미 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이 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국 정보 장교들이 미군 기지 밖에서 일으킨 범죄에 대해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 바 있다.
이어 영국 CPS는 “이 사건은 오는 1월18일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서 심리될 것”이라며 “앤 새쿨러스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새쿨러스의 변호인인 미국 대형 로펌 아널드앤포터 측은 CNN에 해당 심리 참석 여부에 관해 합의된 사항이 없다며 서면상으로 알렸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 관계자는 13일 브리핑에서 달리 새롭게 발표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국이 새쿨러스를 영국에 인도하기를 거부해, 그를 형사재판에 넘기려던 영국 당국의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사망한 피해자의 부모는 새쿨러스 부부의 거주지인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알려졌다.
던의 아버지는 새쿨러스가 외교관 면책 특권을 행사하게 둔 미국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나는 우리 정부가 이런 부조리를 더 적극적으로 제지하길 바란다”라며 “(영국 정부는) 우리 개인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게 둬선 안 됐다”라고 했다.
지난 4월 한국 서울에서도 용산구 한 옷가게에서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 피터 레스쿠이에가 직원을 폭행하고도 형사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사건은 “벨기에 대사 측의 면책 특권 행사와 피해자들의 처벌불원서 제출”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국제법의 일환인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제 29조에 따르면, 외교관은 접수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어떤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도 당하지 않는다. 이 조항은 외교관의 가족들에게도 적용된다.
이에 더해 빈 협약 제 31조에서는 형사재판관할권과 민사재판관할원의 면제 특권을 명시하고 있어 외교관은 접수국의 법정에 서지 않아도 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