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재하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이에 민주노총 측은 “감염병예방법(집회 제한·금지 조항)은 위헌”이라고 맞섰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관계자 8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당시 집회를 주도한 김 전 위원장에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민주노총 측이 모든 증거에 동의함에 따라 변론이 종결되고 이날 바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김 전 위원장에게 징역 1년과 벌금 300만원을, 나머지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겐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당시 종교행사나 다중이 모이는 영업은 금지하지 않고 유독 집회만 원천봉쇄했다”며 “이 사건 고시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성립할 수 없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심화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며 “이제는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불평등한 게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유일한 표현 방법이 집회”라며 “지금처럼 재갈을 물리고 족쇄를 채우는 정책이 계속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 등의 선고는 다음 달 20일 오후에 내려질 예정이다.
당시 서울시는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민주노총은 이에 불복하고 집회를 강행했다. 집회 방식이 아닌 기자회견 방식으로 변경하긴 했지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 사실상 집회였다는 시선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이 집회 이후 참가한 전 조합원에게 코로나19 검진을 지시했고, 여기에 응한 이들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노총은 마스크, 페이스 쉴드(얼굴 가리개)를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1심 법원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지난달 25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도심 집회를 제한한 감염병예방법 조항은 위헌이 아니다’라며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