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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두환 공과’에…친문도 “불필요한 발언” 심상정 “尹과 단일화해라”

입력 | 2021-12-14 17:10:00

사진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두환 공과’ 발언을 놓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층 외연을 넓히기 위한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를 둘러싸고 당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가운데 “이러다 집토끼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與 일각서 “불필요한 발언” 공개 비판


친문(친문재인) 성향 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은 1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11일 대구경북 순회 일정 중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불필요한 발언이었다”고 했다.

전날 5선 중진이자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이어 당 지도부에서 또 다시 공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 강 최고위원은 “(이 후보가) 중도층 공략에 대한 고심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이 후보께서 중도층에 어필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들은 정말 우리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얘기들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호남 지역 의원은 “중도층을 포섭해보겠다는 이 후보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호남 지역구 의원 입장에선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론을 지속적으로 비판했다가 최근 당원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여권은 해프닝일 뿐이라고 말하고, 야권은 희대의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다”며 “민주당 정치인들이 왜 이러나,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뿐 아니라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얄팍하게 표를 구하는 아주 위험천만한 포퓰리즘”이라며 “국가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심 후보는 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 후보의 차이가 없어졌다”며 “두 분이 단일화하는 게 국민의 혼란을 줄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집토끼 잃을라” 지지층 이탈 우려↑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의 최근 ‘우클릭’ 행보가 자칫 강성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과거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와 비교했을 때 이 후보가 아직까지 호남 지역으로부터 제대로 된 지지율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선 후폭풍이 아직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만큼 지금은 집토끼 단속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가 실제로 중도층 포섭 효과가 있냐는 데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 수도권 지역 초선 의원은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독재 전력이 있는 대통령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재평가한다고 하더라도 중도 유권자나 스윙보터들에게 얼마나 소구력이 있을 것인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합된 목소리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둔 김원이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을 긍정 평가 하는 것과 이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의 공과를 재평가하자고 운을 띄운 것은 그 의미 자체가 다르다”며 “가해자가 가해를 미화하는 것과는 달리 피해자 입장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다는 포용적 태도를 보인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선대위 내에선 즉흥 연설을 자주 하는 이 후보 특성상 당분간 이 같은 ‘설화’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당 내 분열로 비춰질 수 있는 논쟁들이 반복될 경우 진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