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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삼읍도총지도’ 공개

입력 | 2021-12-15 03:00:00

한라산 등산로 등 표시해 눈길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시실에 한라산 등산로가 표시된 조선시대 제주삼읍도총지도가 전시돼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2일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시실. 한라산 탄생 등을 주제로 박물관이 소장한 200점의 인문·자연 분야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가운데 고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18세기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로 122.0cm, 세로 119.5cm의 제주삼읍도총지도(제주도 유형문화재 제14호)가 공개됐다. 한라산 및 주변 오름(작은 화산체)과 명칭, 국영목장, 숲 등을 자세하게 표시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당시 제주읍성에서 한라산 백록담까지 이어진 붉은 실선. 제주목과 정의현, 대정현 등 행정구역을 나누는 표시가 직선인 데 비해 백록담까지는 곡선 형태이다. 중간에는 지명과 함께 10리(里), 8리 등의 거리도 표시됐다. 제주읍성에서 한라산 백록담까지 표시한 거리를 합한 결과 56리(약 22km)로 현재 제주시 남수각에서 도로를 따라 관음사탐방로 입구를 거쳐 백록담까지 이르는 21km와 비슷하다.

왕관릉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백록담 정상이 아닌 용진동(용진계곡 추정)으로 가는 거리인 2리(약 0.8km)를 따로 표기한 것으로 봐서 지도 작성자가 직접 현장을 탐방한 것으로 보인다. 거리 표기 옆에는 상마(上馬), 하마(下馬)를 표기했는데 이는 말을 타거나 내려야 하는 등산로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고지도에서 등산로를 표기한 것은 상당히 희귀하다. 조선 숙종실록 29년(1703년)에 ‘치악, 계룡산에 준해 한라산에서 산천제를 시행하도록 하라’는 내용을 감안하면 산천제 등 공식적인 제례를 위해 백록담까지 이르는 등산로를 표기했으며 제주목사 등이 이 등산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황이새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제주삼읍도총지도는 한라산을 강렬하게 표현한 점이 특징”이라”며 “등산로 표시와 더불어 다른 지도에서는 보기 힘든 지명이 등장하고 있어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라산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내년 4월 24일까지 열린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