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방역패스 이틀째 안돼 점심 포기… 인증문자 45분 지나서야 와”

입력 | 2021-12-15 03:00:00

[코로나19 -방역패스 혼란] QR체크인 일부 먹통에 혼란 지속




방역패스 ‘먹통’에 길어진 대기줄 ‘방역패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이틀째인 14일, 네이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증 화면에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했다’는 문구가 떠 있다. 전날 시작된 백신 접종 증명 시스템 오류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시민과 자영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뉴스1

“이틀 연속 방역패스 접속 오류가 일어나니 너무 힘드네요. 손님들에게 일일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다 보면 짜증도 내시고….”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접종 완료 및 음성 확인제)가 의무화된 지 이틀째인 14일에도 전자예방접종증명 시스템 오류가 지속돼 시민과 자영업자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서울 광진구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A 씨는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QR코드 인증이 안 돼 애를 먹었다. 접종 확인을 하느라 음식 서빙이 지연되자 직원에게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 씨(52)는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혹시라도 과태료를 내는 등 피해를 볼까 봐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데, 주방일과 서빙을 병행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 “벌칙 안 줘”→“과태료 부과” 방역당국 오락가락
이날 네이버 앱에서는 오전 11시 40분경부터 QR체크인 접속 장애가 발생해 방역패스 인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접속 장애는 낮 12시 17분경에야 복구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접종 증명을 불러오는 과정에서 응답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고, 자세한 원인은 당국과 함께 파악 중”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낮 12시 5분경 “네이버 외에 쿠브(COOV), 카카오, 토스 앱과 통신3사 앱을 사용해 QR체크인을 해 달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아닌 다른 앱을 사용한 시민들 중에서도 접속 지연 등 불편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 14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분식점을 방문한 박모 씨(24)는 QR체크인을 하기 위해 평소 사용하던 네이버 앱을 열었지만 인증이 되지 않아 대신 카카오 앱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 QR코드 발급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박 씨가 오전 11시 45분경 요청한 인증코드 입력 문자는 낮 12시 30분경에야 도착했다. 결국 점심식사를 포기한 박 씨는 “정부 안내를 보고 다른 앱을 사용했는데도 QR코드 발급이 되지 않아 화가 났다”며 “‘방역패스’를 강제하기엔 정부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접속 장애에 대해 질병청은 “오전 11시 39분경 증명서를 미리 발급받도록 안내 문자를 보내자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접속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방역패스 확인 의무를 위반할 경우 시설 운영자는 과태료 150만∼300만 원, 운영 중단 10일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방역패스 위반 과태료 처분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며 혼선을 자초했다. 오전 브리핑에서 “오늘까지는 방역패스 단속과 신고에 따른 벌칙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가 오후엔 “장애 발생 시간 이후에는 방역패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접속 장애가 생긴 정확한 시간대가 언제냐’는 질문에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답해 앞뒤가 맞지 않는 지침이란 지적이 나왔다.

○ QR코드 대신 접종 증명 스티커 붙여

시민들 “차라리 종이 증명서가 낫다” 서울 노원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70대 노인이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 주민센터 관계자는 “방역패스 확대 적용 이후 백신 접종 증명서 발급 건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시민들은 QR코드 인증 없이도 접종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백신 접종 증명 스티커’를 발급받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이종찬 씨(76)는 14일 아침 스티커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 씨는 “어제 점심 때 아내와 한 식당을 찾았다가 QR코드 오류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며 “앱 사용도 익숙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백신 접종 인증을 해야 하니 차라리 스티커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주민센터에도 스티커를 발급받으려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몰렸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방역패스가 확대 적용되기 전인 지난주에 비해 발급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석태선 씨(60)는 “14일 손님의 절반 이상이 스티커로 접종 증명을 했다”고 말했다.

미접종자가 방문해 과태료를 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손님을 가려 받는 곳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61)는 “어제 방역패스 확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배달 영업이 원활하지 않았다. 당분간 혼자 오는 손님만 받고 배달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