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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오류 결론시 ‘전원 정답’…한 문제지만 일파만파

입력 | 2021-12-15 06:09:00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통지표를 받은 고3 학생. /뉴스1 © News1


15일 있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출제오류 소송의 1심 결과에 교육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명과학Ⅱ 과목 응시자 중 서울대, 의과대학 지원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에 따라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응시생 92명이 ‘정답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1심 판결을 이날 오후 2시 선고한다. 당초 17일 예정이었으나 전날 이틀 앞당겼다.

교육부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결과에 따라 이날 오후 6시부터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에게 온라인으로 성적을 제공할 예정이다. 평가원이 승소하면 기존 발표대로 20번 문항의 정답을 5번으로 처리한 성적표를 제공한다. 수험생이 승소하면 20번 문항을 ‘전원 정답’ 처리한 성적표를 제공한다.

한 문항에 불과하지만 생명과학Ⅱ 20번이 출제 오류로 결정돼 전원 정답 처리되면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의 수·정시모집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생명과학Ⅱ 응시자는 대부분 서울대 자연계열 지원자다. 서울대 자연계열 응시자는 의약학 계열에 동시 지원하는 학생이 많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수시모집에서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한 문제에 따라 수험생의 등급이 바뀔 수 있고, 이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의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거의 1등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과목이 1등급이냐 2등급이냐에 따라 당락이 엇갈릴 수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출제오류가 제기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률은 약 24.6%로 추정된다. 이 문항의 배점은 2점이다. 전원 정답 처리하게 되면 평균이 약 1.5점(2×75.4%)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평균이 높아지면서 생명과학Ⅱ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기존 69점에서 1~2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5번’ 정답을 맞힌 학생은 표준점수가 전체적으로 1~2점 하락하면서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바뀌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기존에 오답 처리됐던 수험생은 한 문제를 더 맞히는 게 되면서 2등급이 1등급으로 바뀔 수도 있다.

실제 평가원이 기존 정답대로 채점해 지난 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생명과학Ⅱ 과목의 1등급 구분점수(컷)는 65점, 2등급컷은 63점으로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등 다른 과학Ⅱ 과목의 1~2등급 점수 차가 3~4점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격이 좁다.

전원 정답 처리로 표준점수가 바뀌면 등급이 아니라 표준점수, 백분위를 반영하는 정시모집에서도 1~2점 차이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원 정답 처리 시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확보했던 학생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며 “정시에서도 평균점수 상승으로 표준점수, 백분위가 하락해 기존 상위권 학생들은 다른 과목 응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는 올해부터 탐구영역을 반영할 때 ‘변환표준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더 크다. 표준점수 1점 차이가 그대로 총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변환표준점수는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보정하기 위해 활용하는 점수다.

한 입시전문가는 “서울대나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한 문항이 정답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정시모집에서 대학이 한두 단계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이를테면 고려대 의대를 아깝게 떨어질 학생이 한 문항 때문에 고대 의대도 가능한 성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자연계열 최상위권은 탐구영역이 당락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생명과학Ⅱ 출제오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통합형 수능으로 바뀌면서 자연계열 학생들의 경우 수학에서 고득점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2021학년도 수능에서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의 만점자는 971명이었지만 올해는 거의 3배에 가까운 2702명에 달한다.

임성호 대표는 “문·이과 통합수능, 불수능으로 수학에서 우수한 이과 학생이 밀집된 상황에서 중위권뿐 아니라 상위권도 탐구영역이 주요 반별력 과목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정시모집에서는 대학별로 영역별 가중치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