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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식당들, 구인난-인플레에…메뉴 줄이고 비싼 재료 뺀다

입력 | 2021-12-15 14:08:00

AP/뉴시스


구인난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 식당들이 메뉴판 간소화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요식업계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센셜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식당의 60% 가량은 고객에 제공하는 메뉴를 줄였다고 밝혔다. 특히 고급 식당들의 경우 올해 들어 메뉴 개수가 23% 감소했다. 일부 식당들은 참치, 스테이크, 연어 같은 비싼 식재료를 줄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버드도그라는 식당은 팬데믹으로 19개월 간 문을 닫았다가 얼마 전 17개의 음식 종류가 있는 메뉴판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이는 팬데믹 전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식당은 새로운 재료를 동원해 실험적인 음식이나 계절 메뉴를 내놓기보다는 주방이 편리하도록 고정적인 메뉴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로비 윌슨은 “메뉴판이 ‘히트곡 모음집’처럼 됐다”고 말했다.

뉴욕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로터 씨도 조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비싼 요리들은 메뉴에서 뺐다. 이전처럼 일부 대표 메뉴에 집착하기보다는 식재료의 비용과 준비 시간을 고려해서 메뉴판의 ‘구조 조정’에 나선 것이다.

요식업계에 따르면 식당 메뉴는 경기 상황에 따라 증감을 반복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식당들은 메뉴 개수를 줄였다가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메뉴판이 다시 두꺼워지곤 했다. 이번에는 경제 재가동으로 식당 고객은 늘어난 반면, 구인난과 식재료 가격 상승이라는 새로운 제약 요인이 생기면서 메뉴 수가 적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고급화 전략을 쓰는 식당도 생기고 있다. 마이애미의 한 베트남 음식점은 음식 가짓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고급 재료가 들어가는 비싼 요리로 메뉴를 업그레이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