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버린 디스크에 비트코인 4300억원” 9년째 쓰레기장 찾는 男

입력 | 2021-12-15 19:00:00

사진=제임스 하웰스 트위터


대표적인 암호 화폐 ‘비트코인’을 저장한 하드디스크를 실수로 버린 영국의 한 남성이 쓰레기 매립지를 파보게 해달라고 당국에 9년째 요청하고 있다. 버려진 하드디스크에 있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한화 약 4300억 원으로 추정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 사는 개발자 제임스 하웰스(35)는 지난달 중순 시 관계자를 만나 쓰레기 처리장을 파헤쳐 비트코인이 있는 하드디스크를 찾겠다며 협상에 나섰다가 끝내 거절당했다. 뉴포트 측은 그의 계획이 불확실하고 환경적으로도 위험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웰스는 관계 당국에 뉴포트 지역의 쓰레기 매립지를 파헤치겠다는 제안을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해당 쓰레기 매립지에 비트코인이 있는 자신의 하드디스크가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하드디스크를 실수로 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당시에는 쓰레기 매립지에 찾아가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창피했다”며 “그렇지만 용기를 내 담당자를 찾아가 물어보니 해당 매립지는 버리는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 묻혔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IT 기술자로 일했던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알게 돼 재미 삼아 채굴 작업에 나섰다. 당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접속하고 있는 PC는 그의 노트북을 포함해 단 5대뿐이었다. 하지만 당시 노트북 팬에서 나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여자 친구의 핀잔에 그는 거의 일주일 만에 채굴 작업을 관두고 하드디스크를 서랍에 보관했다. 그러다 여자 친구와 집 청소를 하던 중 비트코인이 들어있던 하드디스크를 버렸다.

그가 채굴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비트코인의 개수는 7500개다. 이는 우리 돈으로 15일 국내 암호 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약 4295억7750만 원에 달한다.

다만 디스크 드라이브를 찾는다고 해도 지금까지 온전한 상태일지는 모른다. 그는 이에 대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드라이버 내부 플래터(platter, 데이터가 기록된 원판)는 손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데이터 복구 전문가가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계 당국에 추정되는 비트코인 평가액의 25%인 7080만 달러를 지역의 ‘코로나19 구호 기금’에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매립지를 파헤치면서 드는 비용도 자신이 조달하겠다며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 반응은 부정적이다. 의회 대변인은 “매립지를 파내고 처리하는 데 수백만 파운드는 들 수 있는데 디스크드라이브를 찾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