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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떼일뻔한 전셋집 낙찰받아 처분했는데…양도세 중과

입력 | 2021-12-15 16:33:00

뉴시스


직장인 A 씨(36)는 2017년 2월 지방 근무를 위해 구한 전셋집 보증금 1억5000만 원을 떼일 뻔했다가 최근 가까스로 건졌다. 당초 2년만 살고 이사할 계획이었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는 올 6월 강제경매를 통해 전셋집을 낙찰 받아 10월 급매로 처분했다. 경매 비용과 취득세, 공인중개 보수 등을 감안하면 실제 거둔 차익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달 말까지 양도소득세로 80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전셋집을 경매로 취득한 지 1년 이내 팔았다는 이유로 양도세율이 70%로 중과된 것이다.

이는 올 6월 1일 이후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세율이 기존 40%에서 70%로 오른 데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10부동산대책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을 잡으려는 취지에서 이렇게 세율을 조정했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예외 규정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아 투기와 무관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가 살던 전셋집 소유주는 해당 아파트를 지은 법인이었다. 여유 자금 없이 아파트를 지었다가 자금 융통을 위해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놓았다. 이런 경우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A 씨처럼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 법인의 자금 사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알려지면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설상가상 법인이 세금을 체납해 해당 전셋집에 압류가 걸리면서 매매도 막혔다.

A 씨로선 강제 경매가 보증금을 회수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해당 전셋집에 대한 강제 경매를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법원 경매가 지연되면서 경매 결정 10개월 만인 올 6월 강제 경매로 전셋집을 1억5012만 원에 낙찰 받았다. 그는 빨리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 2016년 11월 당시 분양가(1억8900만 원)보다 3000만 원 가까이 싼 1억6000만 원에 처분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매각 금액과 낙찰 금액 간 차액(988만 원)에서 기본공제(250만 원)와 취·등록세, 중개 수수료 등을 뺀 110만 원 가량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단기 보유 중과세율(70%)이 적용돼 80만 원의 양도세를 부과받은 것이다

그는 ‘양도세 중과가 부당하다’며 국세청에 민원을 넣었다. 전세 사기 피해로 떼일 뻔한 보증금을 되찾으려면 강제 경매 후 처분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달 8일 “양도세 보유기간을 따질 때 세입자 거주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로 넘겼다. 아직 기재부의 최종 답변은 오지 않았다.

A 씨는 “정부가 주택을 단기 보유한 사람들을 획일적으로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세입자 사정은 억울하지만 현행 세법으론 경매도 일반 매매와 동일한 취득으로 보기 때문에 예외로 인정받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