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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펜스로 막힌 울산대공원, 인근 주민들 이용에 큰 불편

입력 | 2021-12-16 03:00:00

아파트 정문 바로 앞에 공원 두고, 출입문까지 500여m 돌아가 이용
전국 도심공원은 담장 철거 추세… 관목으로 경계 표시해 공원 관리
시설공단 “출입구 추가 설치할 것”



철제 펜스가 설치된 울산대공원. 펜스 때문에 시민들은 집 앞에 공원을 두고도 출입구 3곳을 통해서만 공원으로 드나들 수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집 바로 앞에 공원을 두고도 펜스 때문에 빙 둘러 들어가야 하다니….”

울산 남구 옥동 울산대공원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A 씨(63)는 “공원 경계에 설치된 철제 펜스 때문에 공원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대공원은 울산시가 556억 원을 들여 옥동 일원 354만여 m²를 매입하고,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SK㈜가 2005년까지 10년간 1020억 원을 들여 조성해 울산시에 무상 기부한 울산의 대표적인 도심공원이다.

이 공원은 2차 개장 당시인 2002년 공원 경계를 따라 1.5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인근 주민들은 펜스 때문에 공원을 쉽게 드나들 수 없다. 무료로 운영되는 공원이지만 정문과 동·남문 등 출입문 세 곳으로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는 것. 한 아파트의 경우 정문 바로 앞에 울산대공원을 두고 출입문까지 500여 m를 둘러 가야 한다. 장미원 등 일부 유료시설에는 또다시 펜스를 설치해놓고 있다.

울산대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울산시설공단은 매년 이어지는 주민들의 펜스 철거 요구에 “펜스를 철거할 경우 밤늦은 시간에 우범자들이 몰려드는 등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조경수 관리에도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도심공원은 시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펜스(담장)를 철거하는 추세다. 2019년 태화강 십리대밭 일원 83만5452m²가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희귀 대나무와 조경수 등이 많이 심어져 있지만 펜스가 없다. 국가정원 경계에는 무릎 높이의 관목이 심어져 있거나 벤치가 설치돼 있으며, 출입구가 별도로 없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부산 범전동 일원 47만여 m²에 2014년 5월 개장한 부산시민공원도 관목으로 경계를 표시할 뿐 별도의 펜스는 없다.

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공원 펜스(담장) 허물기 사업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2018년 민선 7기 출범 이후 주민 누구나 공원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원’을 만들기 위해 공원 담장 허물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도심공원이 안전 확보와 녹지대 보호 등의 사유로 설치된 담장(펜스) 때문에 주민들이 공원에 접근하는 데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이 사업을 추진한 것. 총 131개 공원 가운데 담장이 설치된 32개 공원 중 심사를 거쳐 18개 공원의 담장을 허문 뒤 관목을 심고, 출입구를 추가 설치하는 등 공원 접근성 및 경관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외곽 담장 320여 m 구간을 철거했고, 대구시도 최근 주한미군기지 ‘캠프워커’의 담장을 인근 주민 276명이 밧줄을 걸어 허무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대학 캠퍼스 담장 허물기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대학 담장 개방 사업을 추진해 10여 년간 고려대 등 20개 대학 담장 6902m를 철거한 뒤 4만7332m² 규모의 녹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강원대는 정문∼보듬관(효제초교 방향) 250m 구간의 담장을 철거한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노천강당과 공연시설 등을 갖춘 약 6600m² 규모의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

울산시의회 손종학 의원(민주당)은 “울산대공원 철제 펜스 철거 문제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민원”이라며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철거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시설공단 송규봉 이사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울산대공원 경계에 설치된 펜스 일부를 뜯어내고 곳곳에 출입구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며 “펜스를 전면 철거한 뒤 관목을 심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적극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