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롯데월드몰에 열기로
농심이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비건(채식) 레스토랑 운영에 나선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다른 식품업체들도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추세다.
농심은 내년 4월 자사 대체육 브랜드의 이름을 딴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 연다고 15일 밝혔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100%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음식만 판매된다. ‘베지가든’의 대체육은 농심이 독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고기의 맛과 식감은 물론 육즙까지 구현된 게 특징이다.
베지가든 레스토랑은 ‘치즈 퐁듀 플래터’, ‘리가토니 라구’ 등 5종의 시그니처 메뉴를 포함해 총 20여 개의 메뉴를 선보인다. 향후 베지가든 제품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전문 셰프와 함께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다. 농심 측은 “식재료 공급과 요리까지 모두 농심이 직접 하는 만큼 기존 개인점주들이 열었던 비건 레스토랑보다 안정적인 식재료 수급과 다양한 신메뉴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을 해 온 신세계푸드는 올 7월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를 론칭하고 샌드위치용 햄을 선보였다. 이 햄을 넣어 만든 스타벅스의 샌드위치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 개를 돌파했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위탁급식 사업장 일부에도 대체육 햄을 활용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식품업계가 비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소비란 친환경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소비하는 성향을 말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 인구도 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올해 250만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육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5년 4조2400억 원에서 올해 6조1900억 원으로 커졌다. 2023년에는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엄격한 채식뿐 아니라 간헐적으로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등 다양한 형태의 채식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대체육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