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산업1부 차장
‘1시간만 해도 몇천 원 벌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났던 게임이 결국 서비스 취소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라는 롤플레잉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최종 결정은 게임사의 이의신청을 검토해 내려지겠지만 결론이 바뀔 것 같진 않다.
이 게임은 가상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을 게임에 접목한 이른바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이다. 게임 내에서 임무를 달성하면 가상자산을 받을 수 있고, 이를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로 바꿔 현금화가 가능하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하루에 20만 명 이상이 게임을 즐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게임이 국내에 서비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 세계적으론 꽤 보편화됐다. 베트남 스타트업이 개발한 ‘엑시인피니티’가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에선 월급 수준의 돈을 벌 수 있는 생계형 게임으로 주목받으며 노동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그렇다고 게임위의 결정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2018년 ‘유나의 옷장’을 시작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도입한 여러 게임이 게임위의 문을 두드렸지만 ‘불법’ ‘사행성 우려’라는 말만 반복한다. 관련 산업과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게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젠 게임을 ‘건전한 여가 선용을 위한 오락’이라는 게임산업법의 정의로 모두 담아낼 순 없다. 게임은 중독과 질병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게임을 우울증 치매 등을 예방하는 ‘디지털치료제(DTx)’로도 활용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한 모바일게임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공식 승인하기도 했다.
최근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도 게임은 핵심 수단이다. 그런데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 메타버스 업계에선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아니 ‘게임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으로 분류되는 순간 촘촘한 규제에 묶일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생소하던 NFT와 메타버스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을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 됐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