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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위권, 등급 내려가… 대학들 “수시합격 명단 달라져”

입력 | 2021-12-16 03:00:00

[수능 정답 취소]수능 오류문제 전원 정답처리



고개 숙인 평가원장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브리핑에서 강태중 평가원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강 평가원장은 이날 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를 인정하자 사퇴했다. 세종=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5일 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에 대해 20번 문항이 ‘전원 정답’ 처리되면서 당초 정답자 중 일부는 점수가 하락해 수시모집 당락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학Ⅱ를 응시하지 않았더라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30일)되는 전날 밤에야 수시 이월 인원이 포함된 최종 모집 정원을 알 수 있어 지원 전략을 세우기에 촉박한 상황이다.

○ 의대 등 상위권 응시생 일부 당락 엇갈릴 듯

이날 선고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건 당초 이 문항을 맞히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한 수험생 중 등급이 하락하는 경우다. 평가원의 ‘수능 등급구분 표준점수별 인원’을 20번 문항 ‘전원 정답’ 처리 전후로 비교하면 생명과학Ⅱ 1등급은 309명→269명으로 40명, 2등급은 587명→508명으로 79명 줄었다. 등급 커트라인에 있다가 등급이 떨어진 수험생들은 수시에서 불합격할 수 있다. 과학탐구영역Ⅱ 과목은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의예과나 자연계열에서 필수 또는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들 대학의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영역별로 대부분 1, 2등급이다.

상위권 대학 다수를 취재한 결과 ‘전원 정답’ 처리로 인해 대부분 최종 합격자 명단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의대가 있는 A대 관계자는 “20번 당초 정답과 전원 정답 때 성적을 제공받아 수시 합격자 명단을 비교했더니 전원 정답 시 불합격되는 수험생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험생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평가원은 법원이 정답 결정을 취소했으므로 ‘정답을 맞혔다’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동영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종 결정 처분된 데 따라 성적이 처리되므로 기존 학생의 피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정시 전략 쉽지 않아…‘눈치경쟁’ 과열 예상

‘전원 정답’ 처리의 영향은 정시모집에서 더 크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인 생명과학Ⅱ 응시생들의 지원 움직임에 따라 상위권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10일 성적표를 통지받은 뒤 이미 입시기관의 모의지원 시스템에 점수를 입력해 지원 가능 대학을 가늠했다. 하지만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의 모의지원 데이터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이들이 많이 지원하는 대학·학과를 희망하는 수험생이라면 정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정시 지원 일정이 촉박한 것도 문제다. 수시 충원 등록 마감일은 당초 28일에서 29일로 연기됐지만 정시 원서 접수 시작일은 그대로 30일이다. 최종 가·나·다군별 지원 대학을 결정하기 위해 모집 인원 변동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원서 접수 전날 밤에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수시 충원을 최대한 해야 하는 중하위권 대학 중에는 정시 원서접수 당일에 정원을 공고하는 곳도 있다.

인문계열 지원자들도 이번 사태의 영향을 일부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면서 자연계열 수험생이 인문계열보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다. 입시 정보 업체 유웨이에 따르면 자연계열 1만1957명의 모의 지원 경향 분석 결과 23.6%가 인문계열 지원을 희망해 지난해(7.8%)보다 높았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연계열 최상위권은 교차 지원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요 대학 경영학과로는 이동할 수도 있다”며 “인문계열 지원자들도 전략을 세우는 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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