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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내년 금리 3회 인상 예고…테이퍼링 가속화

입력 | 2021-12-16 10:16:00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AP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약 2년 간의 초(超)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접고 긴축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빨라짐에 따라 각국의 통화 정책과 자산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준은 15일(현지 시간)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규모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달 자산 매입 규모를 매월 150억 달러씩 줄인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300억 달러로 늘려 이를 내년 3월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금리를 제로 수준(0.00~0.25%)으로 낮추고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며 시중에 돈을 풀어왔다.

연준은 이와 함께 내년 중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의사를 시장에 전달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18명의 FOMC 위원 중 12명은 내년 금리가 세 차례 이상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 9월에는 대부분인 15명이 1회 이하의 금리 인상을 전망한 바 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 발전과 경제 전망에 대한 변화가 이 같은 통화정책의 진화를 뒷받침했다”며 “노동 시장 개선과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승에 따라 우리는 테이퍼링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올 들어 경제활동이 왕성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최대 고용을 향해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면서 “경제가 더 많은 양의 정책적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당국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더는 필요 없다는 취지다. 그는 대신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지 않도록하기 위해 우리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긴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준은 올 봄부터 FOMC 성명을 통해 물가상승이 공급망 위기와 경제 재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표현을 넣었지만 이날은 이 표현을 삭제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향후 금리인상이 언제쯤 일어날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 시점이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내년 3월 직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그동안 첫 인상 시기로 거론돼 온 6월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연준이 내년 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금리를 올릴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2018년 12월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인상이 내년 3월 또는 5월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테이퍼링이 끝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그 다음 단계로 연준이 풀린 돈을 본격 회수하는 ‘양적긴축’(QT)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매입한 채권 등 자산 규모(대차대조표)가 8조7000억 달러에 이르는데, QT는 만기가 다가온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 자산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QT는 양적완화(QE)와 반대로 유동성을 직접 줄여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지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연준의 긴축 발표에도 시장의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요 지수가 1~2% 급등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