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동아DB
얼마 전 “우리 아파트 밤 10시 이후 목욕 금지”라는 문구가 논란이 됐습니다.
과연 아파트에서 밤에 샤워 소리만 내도 안 되는 건가? 샤워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허용되는 층간소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9월 여수 층간소음 살인사건 직후에도, 이웃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여수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층간 소음이) 심하지 않았고, 그 사람(A씨)이 유독 샤워만 해도 그랬다고 알고 있다. ‘(층간 소음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런 말은 하지 맙시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분쟁이 일어날 경우 “그래, 측정해보자”고 쉽게 말할 게 아닙니다.
한편 층간소음은 데시벨 법적 기준을 떠나 이웃사이의 예의 문제입니다. 법은 지켜야할 가장 엄격한 잣대입니다. 도덕적 기준도 있고, 사회적 관례도 있습니다. 법 기준 안에서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측정 결과, 법적 기준 이하여서 오히려 아랫집이 이사
대전 동구의 아파트 13층에 거주하는 이주환(50대 남성· 가명)씨는 14층에서 들리는 발망치, 청소기 돌리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에 시달렸다. 윗집은 자연히 발생하는 생활 소음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1차적으로 전문업체를 선정하여 13층에서 소음측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소음 기준(야간 38 데시벨)을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측정됐다. 2차적으로 정부 기관이 와서 측정을 진행하였으나, 역시 소음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
윗집과의 약속에 따라 이 씨는 더 이상 불만을 제기할 수 없게 됐습니다. 윗집은 더 당당하게 소음을 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아파트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신병자 취급을 당해 현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상태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측정기준 낮춰야
위 사례처럼 분명히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리가 들리고,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들려도 ‘법적 기준’ 안에는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수면을 방해하는 관련 소음 권고기준은 30dB(데시벨)입니다. 국내 층간소음 기준은 주간(06:00-22:00)은 43dB, 야간(22:00-06:00) 38dB입니다.
가장 많은 층간소음 민원인 아이들 뛰어 다니는 소리가 40dB 정도라고 합니다. 국내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