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치고 이 후보의 장남 불법도박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장남 이모 씨(29)의 불법 도박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했다. 이 후보에 이어 이 씨 역시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선제적인 대처로 파문이 더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의 공세를 높여가던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 역시 가족 관련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한 당혹감도 감지됐다.
● 시작부터 사과한 李, 논란마다 ‘로키’ 대응
이 씨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에 온라인 포커머니 거래 관련 글과 수도권 일대의 오프라인 도박장 방문 후기 등을 게시했다. 이 씨가 작성한 글과 댓글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이지만, 게시글 중에는 열흘간 도박장에서 536만 원을 땄다고 자랑하는 글도 있었다. 이 후보는 전날 도박을 한 사실을 아들에게 직접 확인하고 곧바로 사과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는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 후보는 사과문을 통해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라며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라고 인정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치료’라는 표현을 두곤 장남이 이미 지난해 7월 이후 도박에서 손을 뗀 점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이 후보가 직접 잘못을 분명히 인정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나라 망할 징조 두 번째는 도박”이라는 글을 올린바 있다.
이 후보가 본인과 친인척 관련 논란에 사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한 7월 1일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제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 죄송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공식 행보를 시작한 바 있다. 변호사 시절 조카의 살인 사건을 변호한 것에 대해서도 이날 “일가 친척 중에 제가 유일한 법조인이라 피할 수 없었다”면서도 “변호인 역할도 있지만 피해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타까움과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거듭 사죄했다.
이 후보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촉구와 부동산 양도세 중과 유예 제안 등 ‘이재명표’ 정책 제안으로 윤 후보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 논란으로 제동이 걸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사과할 일은 변명 없는 분명한 사과로 윤 후보 측과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尹 “도박은 형사법 위반” 공세
야당은 이 후보 아들의 도박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이 후보의 사과에 대해 “사건의 실체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없나 보다”라고 했다. 이어 이 문제를 ‘형사법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명확한 증거로 확인 됐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는 건 당연한 도리”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해당 도박사이트에서 55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억대 도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이라면 도박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본인이) 전과 4범인데도 자신의 삶에 대해 ‘단 한 톨의 먼저도 없이 살았다’고 자평한다”며 “이쯤 되니 아들의 불법 상습도박 정도는 평범한 일상으로 비춰졌을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