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대선을 앞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4)이 2시간 분량의 TV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공적을 자랑한 반면 재선 도전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야당 후보들은 “대통령이 현직을 이용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오후 9시 공영방송 TF1과 LCI에서 방영된 인터뷰에서 “프랑스 경제는 5년 전에 비해 강력해졌다”며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 세금 인하 등 경제 살리기 개혁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선 14일 프랑스 통계청(INSEE)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6.7%로 1969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8%로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9.6%)보다 하락했다.
그는 친기업적인 정책으로 자신이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이면서 공정한 나라를 만들려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5년 내로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임기의) 마지막 15분까지 일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54)는 “다른 후보들은 TV토론에서 겨우 5분 발언권을 가진다”며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몇 시간짜리 TV인터뷰를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장뤼크 멜랑숑(70) 대선 후보는 “미디어 규제 기관(CSA)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선거법 판례상 ‘명백한 선거 성격’ 외에는 대통령실 공적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AFP통신은 “마크롱이 대통령으로서의 혜택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가 마크롱의 초조함을 드러낸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엘라브의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는 지지율 23%를 얻어 1위를 기록했지만 양자 대결인 2차 투표에서는 48%를 얻어 페크레스(52%)에게 뒤졌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의 비공식 선거 운동이 다른 후보들을 짜증나게 한다”며 “자칫 역효과가 날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