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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원 들여 만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운행 중단되나

입력 | 2021-12-17 03:00:00

무료인데도 하루 승객 고작 320명
2016년부터 유지관리비 385억 원
계속 운영 땐 5000억 추가로 들어
공항공사, ‘중단 불가피’ 의견 전달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는 가운데 자기부상열차가 선로를 따라 운행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30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들여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자기부상열차의 운행을 중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0월 ‘이용률이 저조하고,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 자기부상열차 운행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것.

16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016년 2월 국토부는 3150억 원을 들여 인천공항 주변 6.1km를 순환하는 자기부상열차를 개통했다. 국가연구개발 실용화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자기부상열차는 2006년부터 10년 동안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개통됐다. 사업비 가운데 인천시가 189억 원, 인천공항공사가 787억 원,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용화된 이 열차는 같은 극끼리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당기는 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차체를 공중에 띄운다. 바퀴 없이 선로 위를 8mm 정도 떠 있는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주행한다. 길이 12m, 폭 2.7m 규모로 2량(칸)으로 편성됐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10km다. 현재 인천공항(제1여객터미널)역을 출발해 장기주차장역∼합동청사역∼파라다이스시티역∼워터파크역∼용유역 등 6개 역을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을 찾는 여객과 관광객, 종사자 등이 자기부상열차를 외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인 2019년 하루 평균 이용객이 4012명으로 예측치(3만5156명)의 약 10% 수준에 그쳤다. 2019년 하루 100여 차례 운행하던 열차는 올해부터 출퇴근 시간만 운행해 고작 320명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국토부와 함께 ‘자기부상열차 운영 진단 및 대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실시했다. 자기부상열차의 소유권은 국토부에 있지만 열차와 철도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점검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인천공항공사가 매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통 첫해인 2016년 유지관리비 52억 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2019년 92억 원이 들었다. 개통된 뒤 올 상반기까지 유지관리비로만 385억 원이 쓰였다.

용역 결과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유지관리비 178억 원 등을 포함해 5349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자기부상열차를 30년간 단축 운행해도 4516억 원이 소요되는 반면 운행을 중단해 철거하면 59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저조한 이용률에 따라 경제성이 없어 혈세만 축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자기부상열차 부품의 내구연한이 20년인데 부품 조달이 어려워 직접 생산해야 할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량 등과 같은 차세대 교통수단이 출현함에 따라 국내에 도입된 자기부상열차의 개발과 운행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며 “국토부와 운행 중단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