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관련 포렌식 과정서 참관인에게 휴대전화 제출 요구 함께 있던 변호인 항의에 물러서… 법조계 “영장 없이 요구 부적절”
동아일보D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차량 블랙박스를 디지털포렌식하면서 참관인이었던 수행비서를 상대로 “블랙박스 포맷 경위를 증명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16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의 수행비서 A 씨는 14일 오전 공수처 청사에 출석해 김 의원의 차량 블랙박스에 대한 포렌식 과정을 참관했다. 이에 앞서 공수처는 올 9월 10일 김 의원의 차량에서 블랙박스를 압수했지만, 일부 기록이 지워져 있었다.
수사팀 검사는 A 씨에게 블랙박스를 포맷한 당일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 씨와 함께 있던 변호인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오라”고 항의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비서가 말한 삭제 사유가 납득되지 않아 검사가 사유를 증명하는 차원에서 삭제 당일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던 것으로 임의제출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16일 나왔다. 강수산나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는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공수처법 24조는 수사처장이 고위공직자 수사의 이첩을 요청하면 다른 기관이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다른 기관이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공소제기가 명백히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첩에 불응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부장검사는 “정치적 고려에 따른 (공수처의) 고의적 수사 방치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