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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밑 벗어나 종횡무진… 15번째 시즌에 커리어하이 진격”

입력 | 2021-12-17 03:00:00

[기다려 2022]신한은행 김단비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단비(신한은행)가 2021∼2022시즌 자신의 장기를 살린 외곽 플레이로 상대 팀에 수비 부담을 크게 주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김단비가 15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 라커룸 보드에 ‘10년 연속 팬투표 1위’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적어 보이고 있다. 인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진짜 ‘신한은행=김단비’가 된 것 같아요.”

15일 인천에서 만난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신한은행의 김단비(31·180cm)는 이번 시즌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농구를 찾았다며 싱글벙글이다. 이번 시즌 경기당 36분을 넘게 뛰면서 20.6득점에 9.3리바운드, 4.2어시스트. 그야말로 공수에서의 전천후 활약이다. 이전 14시즌을 뛰는 동안 평균 20점을 넘은 적은 없다. 신한은행이 KB스타즈, 우리은행과 3강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 바로 김단비다.

새로 신한은행 사령탑에 부임해 ‘일타강사’로 불리고 있는 구나단 감독 대행은 간판스타 김단비에게 ‘프리 롤’을 줬다. 골밑이라는 우리에 갇혀 있던 그를 외곽으로 아예 빼내 자유롭게 날뛰도록 했다. 김단비는 “구 감독님은 ‘이 팀의 에이스는 너’라며 믿어 주신다. 즐거운 책임감이 더 든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지난 시즌보다 3점 슛 라인 바깥에서 많이 움직이고 있다. 전체 대비 골밑에서 플레이하는 비율이 지난 시즌 42.8%에서 34.7%로 줄었다. 자유투 서클과 주변(페인트 존)에서의 움직임도 20.6%에서 16.9%로 감소했다. 김단비의 장점인 외곽 일대일 돌파, 스크린을 활용한 슛을 철저하게 살리려는 구 대행의 배려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단비를 위한 새 응용 옵션을 계속 찾고 시도 중이다. 김단비는 “처음에는 내가 했던 농구와 달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수학 공식까지 쓰며 설명해주셔서 지금은 외곽 플레이에 대한 답을 잘 찾아가고 있다. 요즘 감독님께서 내주는 전술 시험을 보면 다 맞는다”며 웃었다.

‘단비 농구’를 찾으면서 맞수인 우리은행에 대한 두려움도 덜었다. 지난달 20일 우리은행전에서 김단비는 연장전 74-72로 앞선 상황에 8초 동안 하프 라인을 넘지 못하는 바이얼레이션을 범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단비는 “‘흑역사’로 기억되겠지만 그날 모처럼 잘했다. 내게는 ‘우리은행 트라우마’를 벗게 된 경기”라며 웃었다.

올해 시작은 힘들었지만 마지막으로 가면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김단비는 “김민정(KB스타즈)이 수비를 붙어도 농담을 할 정도로 자신이 있다. 대표팀에서는 수비로 희생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6년 연속 1위(1만8947표)의 영광까지 얻었다. 그 대신 지난해 결혼한 남편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07년 (호화 멤버의) ‘레알 신한’에 입단할 때는 저에게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2022년은 그때의 절실했던 초심으로 한 번 돌아가 봐야 할 것 같고요. 또 도쿄 올림픽에서 23번(마이클 조던의 등번호)을 달았는데 등번호도 바꿔보고 싶네요. 하하.”

인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