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내년 1월부터 은행 대출 사전심사 강화…소비자 영향은

입력 | 2021-12-17 11:19:00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가계대출을 취급할 때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엄중 적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사실상 대출 사전심사제가 도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성 대출을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적시 대출이 어려워지는 등 고객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대출 심사 단계에 포함된 내용이라 단순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취급시 사용하는 금소법 관련 체크리스트 보완방안을 모색 중이다. 모범사례 공유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취급 시 관련 서류와 심사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 후 개선 필요사항을 정비하라는 금융당국 주문에 따른 후속 조치다.

체크리스트는 지난 3월 금소법 시행 당시 적합성·적정성 원칙 준수를 위해 은행권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대출고객의 재산 상황, 신용 상태, 변제 계획 등 상환능력이 적정한지 살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은행들은 이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개별 사정에 맞게 일부 변형해 사용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1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엄중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적합성·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다. 적합성 원칙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 재산 상황,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하는 것이고, 적정성 원칙은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 재산 상황 등에 비춰 부적정할 경우 그 사실을 소비자에 고지하고 확인하는 걸 말한다.

정성 평가 이상으로 정량 평가를 엄격하게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절차가 까다로워져 대출을 받기 위한 절차가 번거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하는 체크리스트는 대출을 신청하면서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정도”라며 “정량적으로 더 정교하게 시행하게 되면 결국 신용평가인데 징구서류가 늘어나서 관련 전산이 구비되지 않았을 때 고객들이 서류를 많이 떼야 하는 불편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대출상품에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약탈적 대출이 아닌 이상 이미 대출 심사로도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합성·적정성 원칙은 충분한 투자 경험이 있고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 감내할만한 수준이 있는지 살펴서 투자상품을 판매하라는 것”이라며 “대출로 따지면 약탈적 대출이 되지 않게 하라는 건데 영업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대출을 받으러 오는 상황에서 이 원칙을 적용하는 건 모순이 좀 있다고 본다. 대출 심사 자체가 이미 그걸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부채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적합성, 적정성 여부 준수를 위한 사전 심사 제도 도입만으로도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투자 목적 용도의 대출, 과소비성 대출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며 “법 이해 부족으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감독당국이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나간다면 대출 심사 체계가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