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김남국 “김건희 의혹 덮기 위해… 野서 李후보 아들 문제 터뜨린듯” 野성일종 “金 보도뒤 바로 與 회견… 사전 각본 따른 기획공세 의심” 李 “장남, 성매매는 안했다고 해… 부모 된 입장서 믿을 수밖에 없어”
내년 3·9대선을 82일 남겨둔 대선판이 여야의 네거티브 공세로 얼룩지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아들과 부인을 둘러싼 의혹에 여당은 ‘정치 공작설’을, 야당은 ‘사전 각본설’을 주장하며 남 탓 공세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정치권에서는 “선거판이 네거티브에 매몰되면서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쪽대본 막장 대선’이 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 원색적 비난 vs 무리수 해명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7일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해 납작 엎드렸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알기로 (장남이) 은행에 빚이 좀 있다고 한다”며 “(도박을 한) 기간이 꽤 길고 그사이 잃은 게 1000만 원까진 되지 않는 듯하다”고 했다. 다만 장남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저도 (아들에게) 확인했는데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며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들 관련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무리수’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한 방송에서 이 후보 장남이 성매매 업소 후기를 남긴 것과 관련해 “후기를 남겼다고 해서 반드시 갔느냐, 그 부분도 있다”며 “친구에게 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경력 위조 등을 물고 늘어지며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신정아 씨 학력위조 사건을 거론하며 “김 씨의 허위 횟수는 (신 씨보다) 더 많다”며 “개인적으로는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이 아닌가 할 정도”라고 했다.
○ 정치 공작 의혹 속 고발도
여야는 서로에 대한 의혹 제기를 각각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설전을 이어갔다. 민주당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국민의힘이) 김건희 씨 의혹을 덮기 위해 저희 후보자 아들 문제를 갑자기 터뜨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김 의원이 이 후보 장남 관련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 측이 기획폭로 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아니면 말고 식 주장을 했다”며 김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 씨 의혹) 보도가 나간 다음에 바로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력서를 흔들며 얘기를 했는데 다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획 공세라고 얘기한 것이다.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받아쳤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