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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손님 줄줄이 ‘취소’…불 꺼진 거리 자영업자 ‘열불’

입력 | 2021-12-19 07:21:00


18일 오후 9시30분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원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진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사적모임을 4인까지만 허용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9시나 10시로 제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했다. 식당과 카페, 노래연습장 등의 영업 시간은 오후 9시까지고 영화관과 공연장, 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로 단축됐다. 2021.12.18/뉴스1 © News1

“오늘 예약이 3팀 있었는데요, 결국 한팀도 못 받았어요. ‘불토’여야 하는데 ‘허탕’입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한 18일 오후 9시30분 광주 서구 상무지구. 눈이 펑펑 내리는 주말 밤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캄캄하고 한산한 모습이다.

식당 업주들은 테이블을 치우고 불을 끄며 손님이 나간 매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매장 정리를 마친 한 고기집 사장이 매장 문을 잠구고 있다. 그는 왜 이리 급하게 퇴근하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8시부터 손님이 없어 마감이 빨랐다. 주말인 줄도 몰랐다”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해물식당을 운영하는 채문기씨(36)는 텅빈 매장 안에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그가 보고있는 것은 한장 뿐이 남지 않은 2021년 달력. 칸마다 붉은 펜으로 ‘X자’가 그어져 있다.

채씨는 “예약 손님을 적어둔 달력인데 매일 취소 전화만 받다보니 ‘X자’만 긋게 됐다”며 “오늘도 3팀이나 취소했다.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안 됐다는 손님, 5명이라길래 띄어 앉으랬더니 기분 나빠 안 온다는 손님, 9시에 문 닫는다니 취소해달라는 손님까지 이유도 가지가지다”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9시30분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원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진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사적모임을 4인까지만 허용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9시나 10시로 제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했다. 식당과 카페, 노래연습장 등의 영업 시간은 오후 9시까지고 영화관과 공연장, 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로 단축됐다. 2021.12.18/뉴스1 © News1

이어 “우리 가게는 해물찜과 삼합이 주 메뉴다. 삼합은 예약이 들어오면 냉동된 것을 해동해놨다가 삶는다.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면 해물을 다시 얼릴 수 없어서 반찬으로 쓰거나 버리게 된다”며 “내 잘못이 아닌데 피해는 온전히 내 몫”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방 안쪽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바라보면서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는 “원래라면 연말엔 월급을 올려줘야 하는데 2년째 동결이다. 장사가 안돼 급여를 주기도 빠듯하다”며 “마음 같아선 1월까지만 쉬어 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면 저 친구들은 생활비를 어떻게 해결하겠나 싶어서 참고있다. 사장인데도 죽을 맛이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제대로 된 장사를 하지 못한 것이 2년이 다 되간다고 했다. 채씨는 가게를 내놓을까 고민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2019년까지만 해도 월 3500만원 이상 벌었다. 그런데 요즘은 월 1000만원도 못 찍는다”라며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을 받았는데 5년 내에 상환해야 한다. 지금은 상환기간 내에 갚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일 정도”라고 털어놨다.

채씨 가게 바로 뒷 골목에서 일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전순한씨(33)의 사정도 비슷했다.

전씨는 “사적 모임으로만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도 아닌데 자영업자만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현재 정부의 태도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 의해 규제하니까 어쩔 수 없이 따르고는 있지만 현실을 받아 들이기 어렵다”며 “국가가 소상공인을 돕고 돈 벌 기회를 줘야되는데 오히려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분노했다.

지난 해까지는 배달을 시작해 그나마 장사를 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어려워졌다고도 털어놨다.

전씨는 “코로나19 초반에야 ‘배달’이 블루오션이었지만 요즘은 일반 식당에서 전부 배달을 하고 있고, 배달 전문 업체도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 굴레를 벗어날 돌파구를 정부에서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사적모임을 4인까지만 허용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9시나 10시로 제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