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며 더 큰 지진의 전조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지진 쓰나미 화산폭발이 빈번한 환태평양 조산대인 ‘불의 고리’에 속해 불안감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남부 규슈와 오키나와 사이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에서 규모 1 이상의 지진이 283차례 발생했다.
이와 함께 일본 수도권인 이바라키현 남부에서는 12일 낮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바라키현은 도쿄 북동부 태평양 연안의 수도권 지역 중 하나다.
잦은 지진이 ‘난카이 트로프(해저협곡) 대지진’의 전조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난카이 트로프는 일본 중부에서 남쪽 규슈까지 뻗어 있는 해협으로 두 개의 지각판인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100년 또는 150년 간격으로 대지진이 보고됐다.
나고야대의 야마오카 코슌 교수는 인터넷 매체 바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련의 지진은 난카이 트로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후에 발생한 지진도 두 개의 분리된 판의 경계인 이즈 반도의 반대편에서 발생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도 이 해역에서 지진 활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발생한 지진이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을 예고하는 전조는 아니더라도 일본은 향후 대지진 피해를 비껴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규모 7.0~7.9로 측정된 지진은 큰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의 위력을 나타낸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8년 공식적으로 30년 안에 70% 이상 확률로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남부 해안 지역에서 발생하는 ‘난카이 트로프 지진’과 수도권 아래에서 발생하는 ‘수도 직하 지진’을 그 예로 들었다.
내각부가 정리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지진이 발생하면 17만5000여 동의 주택이 파괴되고 목조 건물 화재 등으로 41만2000여개 건물이 소실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는 화재 및 건물 붕괴로 인해 최대 2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2019년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가 태평양 연안 지바현~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향후 30년 사이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도호쿠 지방 아오모리현과 이와테현 앞바다에서 규모 7.0~7.5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90% 이상이었고, 같은 지역에서 규모 7.9의 지진이 생길 확률은 5~30%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일어난 제주 지진이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가까운 지역에 있다 보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 경주·포항 지진과 마찬가지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파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화산 활동에 의해 제주도가 형성될 당시 하부 지각에 단층이 발달하기 좋은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동일본대지진 영향으로 응력(저항력)이 쌓이면서 지진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한반도에 지진 발생 빈도가 급증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한반도의 지각 내에 응력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그게 지진을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계속 작용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에는 동일본대지진 효과가 사라지긴 했지만 제주도 일원만 보면 서쪽 해안과 동쪽 해안을 따라서 남북 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지진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진학적인 법칙에 따라 작은 지진이라도 횟수가 많아지면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고 그 큰 지진의 지진 규모도 증가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4.9 지진도 사실 적지 않은 크기이기 때문에 남북 방향으로 발달한 구조를 따라서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이번 지진이 본진이 아니고 또 전진이라면 또 다른 큰 지진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주변 지역의 지진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는 있을 수 있지만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