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취하려고 마시는 술은 옛말”…2030 사로잡은 ‘저도주’ 매출 껑충

입력 | 2021-12-19 12:00:00

여성 고객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구매하고 있다.(세븐일레븐 제공) © 뉴스1


도수가 낮은 술인 ‘저도주’ 매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난 ‘홈술족’이 주로 찾던 저도주가 이제 주류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독한 술 대신 술자리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매출 성장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대표적인 저도주로 분류되는 맥주와 막걸리 업계가 먼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 무알코올 맥주가 시장 주도
저도주 트렌드는 통상 ‘무알코올 맥주’로 불리는 맥주맛 음료의 성장 곡선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 술을 저도주를 대표하는 품목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무알콜 맥주는 전년 동기 대비 6배(500% 이상)에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여성과 20대가 주소비층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간 성별 및 연령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여성이 70.9%로 남성(29.1%)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20대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72.4%였다.

저도주의 인기는 개별 제품 판매량에도 반영되고 있다. 2012년 11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무알콜 맥주인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제로 0.00’은 올해 3분기(7~9월)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어난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8000만 캔을 돌파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오비맥주도 지난해 10월 ‘카스 0.0’을 출시했다. 수입 맥주 중에선 칭따오의 ‘칭따오 논알콜릭’과 하이네켄의 ‘하이네켄 0.0’이 각각 지난해 6월과 올해 5월 국내에 상륙했다.



● ‘마시는 음주’에서 ‘즐기는 음주’로
막걸리 업계도 저도주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서울장수는 최근 GS리테일과 함께 막걸리와 사이다를 조합한 ‘막사’를 출시했다. 탄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한 단맛을 더한 것이 특징인 막사의 알코올 도수는 6도다. 일반 막걸리 도수가 7~8도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알코올 도수를 5도로 낮춰 출시한 서울장수의 ‘인생막걸리’는 누적 판매량 550만 병을 돌파했다. 이 밖에 지평주조는 최근 ‘지평 생 쌀막걸리’의 도수를 5도로 낮췄고, 국순당도 알코올 도수 5도의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판매 중이다.

업계의 노력에 막걸리는 ‘MZ세대가 찾는 대표 저도주’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의 ‘동네 주막’인 편의점의 막걸리 매출이 크게 늘었다. GS25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의 막걸리 매출은 전년 대비 44.5% 상승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구매가 늘었다. 이 기간 지난해 27.1%에 머물던 20·30대의 막걸리 구매 비중은 올해 33.0%로 증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마시는 음주문화’가 ‘즐기는 음주문화’로 변하면서 저도주가 주목받고 있다”며 “차세대 소비층을 겨냥한 색다른 저도주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