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은 오늘까지도 정확한 사실 파악을 못 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아내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의혹 말이다.
17일 오후 윤석열이 포괄적 대리사과를 하긴 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아내의)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말씀드린다.”
사과하고 있는 윤석열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 남편에게도 말하기 싫은 게 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성형수술 사실을 남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결혼 전 가벼운 미용시술을 알려줄 필요는 당연히 없다. 결혼 후에도 ‘수술 사고’가 생기지 않는 한 굳이 남편에게 충격을 줄 이유는 없다는 게 여자들 생각이다.
어쩌면 김건희는 속으로 억울할지 모른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그의 자존심이다. 돋보이고 싶어서, 부족한 부분은 성형수술하듯 부풀려가며, 다행히 안 들키고 성공적으로 살아왔다. 내가 결혼할 남자가 검사일 줄, 나중에 검찰총장이 될 줄, 아니 대통령 후보가 될 줄 어떻게 알았겠나. 그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썼을 텐데!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 동아DB
● 욕심이 정권 비리 낳는 것
그러나 윤석열이 사과한 것으로 끝날 것 같진 않다. 김건희 리스크로 윤석열 지지율이 삐지는 추세다. 김건희 등판 없이 대선을 치르고, 다행히 윤석열이 승리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김건희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가짜 경력 기재는 “돋보이려고 한 욕심” 때문이어서다.이 욕심이 바로 정권 비리를 만든다는 게 사안의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동상황실장 조응천 의원은 17일 김건희에 대해 “한림, 성신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에 쭉 들어가면서 학력, 경력, 수상 이력에 계속 반복적으로 문제 되는 자료가 들어간다”고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적으로, 결혼 후에도 돋보이려는 욕심을 주체 못 하는 성격이라면, 김건희가 대통령 부인이 된대도 그 ‘돋보이려는 욕심’을 갖고 가만히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무슨 사달을 내도 낼 것만 같은 것이다.
● 정권비리의 씨는 처족이다
건국 이래 최대 어음 사기 사건을 기억하는가. 1982년 ‘이철희·장영자 사건’의 장영자는 전두환의 처삼촌인 이규광 광업진흥공사 사장의 처제였다. 당시 이순자 여사는 “당신이 대통령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따로 헤어져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에 제가 있어 당신에게 폐가 되는 것만 같아 괴롭고 억울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2017년 자서전에 썼다. ‘정말 그이를 위해서라면 이혼, 아니 목숨이라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거다.
2017년 자서전 낸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동아DB
그런데 윤석열은 끔찍한 부인 사랑에 대수롭지 않은 실수, 대수롭지 않은 시간강사 경력쯤으로 대충 넘기려 들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애처증은 치명상이 되고, 윤석열의 대선 구호인 ’공정과 상식‘은 개뿔이 되고 마는 것이다.
● 김건희의 사과가 필요하다
내가 김건희라면, 검은 블라우스나 소복 차림의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와서 말할 것 같다. 차라리 남편 곁을 떠나거나, 이혼하거나, 딱 죽어버리고 싶다고. 젊은 날 돋보이고 싶은 욕심에 몇 가지 잘못을 저질러(이 부분은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남편의 앞길에 장애가 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굵은 눈물을 뚝뚝 흘려도 좋다).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은 김건희를, 윤석열을 용서하기 어렵다. 설령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 안주인이 된대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일 순 없다. 심지어 ’쥴리‘에 대한 의혹도 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수사나 재판 중인 범죄 의혹은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상응한 벌을 받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대통령 부인이 공직은 아니지만 공인인 건 분명하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이렇게 처절하게 뉘우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이지 않으면, 설령 청와대에 들어간대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김건희가 대선 등판은 안 해도 좋다. 그러나 공식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