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문 부산경찰청장
이규문 부산경찰청장은 17일 “경찰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면서 “사건 초기에 담당 주체를 정해 수사 중 발생 오류를 최소화하는 시스템 안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피해자 구호 조치와 용의자 제압 같은 초기 대처법을 경찰 조직이 결정해 전파하고, 빠른 현장 대처가 가능하도록 분담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현장 경찰 혼자 책임지게 둬서는 안 됩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서울 신변보호대상자 가족 살해사건’ 등 지난달 잇따라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서 경찰의 대처 방식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경찰 내 ‘수사통’으로 정평이 난 이규문 부산경찰청장(56)은 이같이 밝혔다. 경찰대 4기로 33년째 경찰에 몸담고 있는 그는 형사, 수사 등 직접수사 부서 근무 경력만 15년에 달한다. ‘강호순 사건’ ‘정인이 사건’처럼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 그를 거쳤다.
17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 청장은 “경찰이 더 신뢰받으려면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결과가 아닌 절차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내실화시키는 것이 앞으로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사건 초기에 담당 주체를 정하면 수사 중 발생하는 각종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고 모든 경찰서가 균등한 품질의 수사를 할 수도 있다”면서 “이목이 집중되는 집단 민원이나 난도가 높은 사건은 시경의 직접수사 범위를 경찰청 기준보다 확대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일선 형사의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교육체계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사격교육 개선을 예로 들었다. 이 청장은 “고정 타깃을 두고 벌이는 사격연습은 현장에서 부닥치는 여러 돌발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경찰특공대처럼 시가지 전투훈련이 필요하다. 예산을 마련해 전국 시경 단위에서 시행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 법은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 중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형사 책임을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이 청장은 “경찰관의 적극적인 현장 활동을 위해서는 면책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권 남용과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면책규정 적용 요건이 범죄 관련성과 긴급성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권한 남용이 있다면 직무집행법상 처벌 규정 적용과 징계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 전문가로 꼭 해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미제사건 해결’을 꼽았다. 이 청장은 “최근 10년간 부산에서 미제살인 사건이 발생하진 않았으나 4월 서구 시약산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 사건을 비롯해 1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한 사건이 지역에 26건 있는데,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유전자 재감정 등 수사를 지속해서 추진해 해결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고령 출신인 이 청장은 대전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서울청 수사차장 등을 지낸 뒤 7월 부산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