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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내 부회장단’ 사실상 해체… 업계 “정의선 직할 체제 더욱 단단해져”

입력 | 2021-12-20 03:00:00

정몽구 시절 ‘2인자’ 부회장 3명
정의선 취임 1년만에 일선서 퇴진
부회장직 공석… 사장단도 줄여




“정의선 회장 체제가 더욱 단단해질 것.”

17일 단행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연말 인사에 대해 19일 한 자동차 업계 임원이 내놓은 평가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시절 2인자 자리로 불린 ‘부회장’ 직함에 신규 임원을 올리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17일 부회장과 사장급 인사 6명을 퇴진시키고, 20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정 회장의 그룹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두 번째 연말 인사이자 최대 규모의 인사다.

이번 인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그룹의 부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뒀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부회장 자리는 그룹 내 2인자이자 실세로 불려왔다. 지난해 정 회장 취임 뒤 단행된 첫 연말 인사에서 당시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퇴진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윤여철 노무담당 부회장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1979년 입사해 정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현대차 노무 관계를 이끈 윤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 회장의 매형이다. MK세대를 주름잡던 부회장들이 일선에서 모두 물러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윤 부회장의 빈자리를 다른 부회장으로 채우지 않은 걸 두고 “정 회장이 사실상 부회장 직함을 없앴다”고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 중심 체제로 그룹을 재편하기 위한 의지라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부회장을 없앤 건 2인자를 두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나중에 부회장를 선임할 순 있겠지만, 그룹 장악을 위해서는 당분간 회장 중심으로 조직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기존 사장 6명이 나갔지만 신임 사장 승진자가 없었다는 점도 정의선 체제 공고화를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장단을 줄이는 대신 부사장 및 전무급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정 회장이 임원들도 치열하게 경쟁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야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