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토파민 함유 美돈육 수입금지 등 집권 민진당 주요 정책 제동걸기 蔡, 여론조사 결과 뒤집고 역전승, 美와 경제협력 강화로 中견제 의미 蔡 “국민들, 세계로 나간다는 신호”… 中 “美에 줄서려 국민 희생” 불만
19일 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국민투표에서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 금지 △제4원전의 상업 발전 개시 △산호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저장 시설의 이전 △국민투표일을 대선일과 연계 등 4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전체 유권자의 1.5%인 28만1745명의 청원을 받으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날 투표율은 41%로 약 816만 명이 참가했다.
차이잉원
탈원전 정책 또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는 총 4개의 원전이 있으며 1∼3원전은 노후화로 이미 가동을 중단했거나 곧 가동이 중단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원전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2014년 정부는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新北)에 있는 제4원전의 상업 발전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원전 재개 안건에 대한 반대는 52.3%에 달해 4개 안건 중 반대가 가장 많았다.
국민당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북부 타오위안의 산호초 해안 지대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시설을 이전하자고 주장했지만 역시 부결됐다. 국민투표와 대선을 같은 날 치르자고 주장한 안 또한 국민 지지를 받지 못했다. 국민당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과 민진당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 결과로 민진당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2024년 총통 및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차이 총통은 승리 확정 후 담화를 통해 “국민투표는 누가 지고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며 “이번 투표로 대만 국민은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를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불만을 드러냈다. 관영 환추시보는 19일 사설에서 “민진당이 승리했지만 대만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는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며 “국민의 건강을 희생해 미국에 줄을 서는 것이며 외세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엇이든 다 내주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