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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4명 사망 오사카 방화, 정신과 환자가 불내고 탈출 방해

입력 | 2021-12-20 03:00:00

통원 치료 받던 60대男, 출입구에 불… 불 낸 직후 양팔 벌려 사람들 막아
사망자 10명은 화상 없이 가스 중독, 비상통로-스프링클러 없어 피해 커
日정부 “전국 빌딩 3만동 방재 조사”




24명의 사망자를 낸 17일 일본 오사카 빌딩 방화사건 용의자는 불이 난 건물 내에 있는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다니모토 모리오(谷本盛雄·61)라고 일본 경찰이 19일 발표했다. 그는 불을 지른 뒤 출입구 앞에 양팔을 벌리고 서서 사람들의 탈출을 방해했다. 화재는 30분 만에 진압됐지만 불이 난 4층 병원에 비상 대피로 등이 없어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 중 10명은 화상 없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다니모토는 17일 오전 오사카 기타구 8층 건물의 4층에 있는 정신과 병원에 종이봉투 2개를 들고 방문했다. 과거에도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그는 출입구 근처 난방기구 옆에 종이봉투를 놓은 뒤 발로 차 넘어뜨렸다. 종이봉투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면서 불길이 크게 치솟았다.

NHK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다니모토가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듯한 모습과 그가 불이 난 직후 출입구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 경찰은 다니모토가 병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지 못하도록 문을 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병원의 면적은 약 90m²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출입구와 바로 연결된다. 여기서부터 안쪽으로 대기실, 상담실, 진료실 등이 폭 1m의 복도로 연결돼 있다. 비상계단은 엘리베이터 옆에 있고, 병원 안쪽에는 대피용 비상 통로가 없었다. 대기실을 제외하고는 외부로 난 창문이 없었다.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다니모토가 출입구 쪽에서 불을 내고 대피를 막다 보니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30분 만에 꺼졌지만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27명 중 24명이 사망했다. 다니모토도 심정지 상태로 화재 현장에서 구조됐다. 그의 심장박동은 되돌아왔지만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다. 19일 가네코 야스시(金子恭之) 총무상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 있는 복합빌딩 약 3만 동의 방재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화재 30분 전 이곳에서 약 3.5km 떨어진 다니모토의 집에서도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두 화재가 연관성이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