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원 치료 받던 60대男, 출입구에 불… 불 낸 직후 양팔 벌려 사람들 막아 사망자 10명은 화상 없이 가스 중독, 비상통로-스프링클러 없어 피해 커 日정부 “전국 빌딩 3만동 방재 조사”
24명의 사망자를 낸 17일 일본 오사카 빌딩 방화사건 용의자는 불이 난 건물 내에 있는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다니모토 모리오(谷本盛雄·61)라고 일본 경찰이 19일 발표했다. 그는 불을 지른 뒤 출입구 앞에 양팔을 벌리고 서서 사람들의 탈출을 방해했다. 화재는 30분 만에 진압됐지만 불이 난 4층 병원에 비상 대피로 등이 없어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 중 10명은 화상 없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다니모토는 17일 오전 오사카 기타구 8층 건물의 4층에 있는 정신과 병원에 종이봉투 2개를 들고 방문했다. 과거에도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그는 출입구 근처 난방기구 옆에 종이봉투를 놓은 뒤 발로 차 넘어뜨렸다. 종이봉투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면서 불길이 크게 치솟았다.
NHK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다니모토가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듯한 모습과 그가 불이 난 직후 출입구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 경찰은 다니모토가 병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지 못하도록 문을 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30분 만에 꺼졌지만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27명 중 24명이 사망했다. 다니모토도 심정지 상태로 화재 현장에서 구조됐다. 그의 심장박동은 되돌아왔지만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다. 19일 가네코 야스시(金子恭之) 총무상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 있는 복합빌딩 약 3만 동의 방재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화재 30분 전 이곳에서 약 3.5km 떨어진 다니모토의 집에서도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두 화재가 연관성이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