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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보이지 않는 빛’에 있다”[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입력 | 2021-12-20 03:00:00


24일 발사될 예정인 미국의 웹망원경. 지름이 6.6m로 기존 허블망원경(지름 2.4m)보다 훨씬 크다. 거대한 차광막을 통해 태양 등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막고, 아주 먼 은하를 관측할 수 있다. 사진 출처 NASA 홈페이지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빛이란 무엇인가.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전자기파를 빛이라 부른다. 밤낮을 나누는 빛은 태양에서 온다. 오래전부터 햇빛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비 온 뒤 보이는 무지개를 프리즘으로도 만들 수 있는 건 고대인도 알았다. 하지만 빛이 원래 무지개 빛깔로 구성돼 있는지, 아니면 프리즘이 빛에 변화를 준 것인지는 몰랐다. 태양 빛이 여러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이 합쳐져 백색광을 만드는 걸 알게 된 건 물리학자 뉴턴의 활약 덕이다.


보통 무지개를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색은 연속적이다. 빨간색과 주황색 사이 진한 빨강에서부터 붉은빛 감도는 자몽, 그보다 연한 오렌지색 식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지역은 무지개 색을 일곱이 아니라 여섯으로 부르기도 하며, 옛 문헌은 다섯이라고 기록했다. 색 구분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각 사회가 정하기 나름이다.

좀 더 과학적으로 색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색의 스펙트럼을 원처럼 두르는 것이다. 시계의 12시 방향에 빨간색을 놓고 회전시키면 초록색은 4시, 파란색은 8시 정도에 자리 잡는다. 빨강, 초록, 파랑이 ‘빛의 3원색’이다. 세 가지 색의 빛을 비율을 조절해 섞으면 모든 색을 만들 수 있어서 삼원색이라고 한다. 가령 빨간빛과 초록빛을 섞으면 노란빛이 된다. 하필 이 색이 원색이 된 것은 우리 눈 때문이다. 눈에는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있다. 사람의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을 구별하는 세 종류 세포로 구성된다.

인간과 동물은 원추세포 차이로 색을 보는 것도 차이가 있다. 사진은 반려견을 위한 화면으로 구성된 개 전용 방송. 사진 출처 해피독TV

다른 동물은 원추세포가 다를까? 그렇다. 우리보다 더 많은 종류의 색을 구별하는 원추세포를 가진 동물이 많다. 또 사람은 볼 수 없는 적외선을 보는 세포를 가진 동물도 있다. 밤에 군사작전을 하려면 다른 이들이 뿜는 열인 적외선을 보는 특수 안경을 껴야 한다. 하지만 열을 보는 원추세포를 가진 뱀은 특수 장비 없이 밤에 다니는 쥐를 찾아낸다. 즉, 우리의 세상과 다른 동물이 보는 세상은 다르다.

사람들은 빛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전등을 발명하고 레이저를 사용하며, TV도 만든다. 예전보다 화면은 훨씬 커졌고, 접히는 TV도 나오지만 눈으로 보는 세상을 정확히 그려내는 TV는 없다. TV 역시 빛의 삼원색을 적절히 섞어 여러 색을 표현한다. 그런데 인간의 원추세포가 느끼는 색을 정확히 만드는 물질은 나오지 않았다. 가령 TV 영상 속 빨강과 원추세포가 느끼는 빨강은 약간 다르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색을 만드는 물질을 개발해 고화질 TV가 가능해졌다. 각 색을 담당하는 물질이 만드는 빛의 세기도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이를 조절해 최대한 맨눈으로 보는 세상과 비슷한 화면을 만든다.

하늘에는 태양 외에도 빛을 내뿜는 별이 많다. 예로부터 별을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을 사용했고 점점 더 큰 망원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보지 못하는 영역의 빛도 많다. 태양과 별은 원추세포가 관측할 수 있는 가시광선 외에 적외선 등 다양한 빛을 내뿜는다. 천문대 망원경은 이런 빛도 관측한다. 그래서 천문대에서 보는 별은 우리가 보는 별과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보는 망원경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많은 정보를 준다.

2017년 촬영해 2019년 처음 공개한 블랙홀의 모습은 지구 전역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하고 고성능 인공지능 이미지 처리를 통해 완성했다. 사진 출처 EHT연구팀

우주 관측은 허블망원경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1990년 우주공간으로 띄워 올린 허블망원경은 지구 대기권 공기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아, 땅에서 볼 수 없는 선명한 천체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허블망원경도 블랙홀은 촬영하지 못했다. 2017년 드디어 지구 곳곳에 자리 잡은 전파 망원경을 연동시켜 지구 자체를 망원경 렌즈로 사용해 블랙홀을 찍었다. 이후 2년간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합성해서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아주 멀리 있는 블랙홀에서 출발한 아주 약한 빛을 찾아내는 데 고성능 인공지능도 쓰였다.

인류는 블랙홀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망원경을 속속 만들고 있다. 12월 초 미국에서 새로운 엑스선 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지구에서 알 수 있는 블랙홀의 정보는 무게, 회전, 전하 정도다. 이번 망원경은 편광을 통해 다양한 방향에서 들어오는 엑스선을 모아서 분석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허블망원경을 대신할 망원경도 이달 24일 발사된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아주 먼 우주를 관측하는 ‘웹망원경’은 지름이 6.6m다. 허블망원경의 지름은 2.4m에 불과해 적외선 관측에 한계가 있었다. 별에서 오는 적외선을 제대로 보려면 태양이나 지구에서 오는 열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웹망원경은 거대한 차광막을 갖고 있다. 유리보다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허블망원경보다 훨씬 가볍지만, 그냥 로켓에 싣기에는 너무 크다. 이 때문에 이 망원경은 18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접힌 채 발사돼 우주 공간에서 활짝 펼쳐진다. 빅뱅 당시 생긴 아주 먼 은하를 관측하고, 머나먼 별의 대기를 분석해 생명체가 있는지도 밝혀낼 것으로 기대된다.

무지개는 동화 속에서 많이 나온다. 주로 무지개 끝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사실 무지개의 끝은 갈 수가 없다. 우리가 보는 무지개는 반원이지만, 원래 무지개는 둥글기 때문이다. 시야에 제약이 없는 하늘에서 보는 무지개는 완벽한 원이다.

빛이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동그란 무지개도 못 보고, 밤의 세상도 볼 수 없다. 요즘은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이도 많다. 자연의 빛은 편향이나 왜곡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빛은 있다. 빛을 제대로 봐야 세상도, 미래도 잘 보인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