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무역이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이후 수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년에도 수출이 경기회복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품목·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0일 ‘국내 수출의 특징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에는 수출이 국내 경제성장을 주도했지만, 내년 이후 수출을 위협하는 불안요인이 커져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환경 관련 수출도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자동차 수출량 중 친환경차 수출 비중은 2019년 11.3%에서 2021년 18.9%까지 늘어났다“며 선박 부문에서도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중연료선, LNG선 등 친환경 선박 점유율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장 산업도 수출 유망품목으로 부상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OLED 등 고부가가가치 상품은 우수한 수출 경쟁력으로 연간 수출액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출구조의 질적 고도화에 기여했다.
SGI는 내년 수출을 위협할 3대 리스크로 ▲반도체 사이클 전환 ▲미 테이퍼링 후 금융시장 불안 ▲신흥국 성장 둔화 등을 꼽았다.
먼저, 반도체 경기 사이클 전환 가능성을 들었다. SGI는 “대규모 장치산업인 반도체 산업은 수요와 공급 차이에 따라 2년 내외 주기로 가격 등락을 반복해왔다”며 “내년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수출의존도 높은 국내 경제 구조상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SGI는 “과거 IT버블 붕괴(‘01년), 1,2차 치킨게임(2008년, 2011년) 등 시기에 반도체 수출이 최대 40% 이상 급락한 경험이 있다”며 “내년 반도체 가격 충격이 현실화돼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0.64%p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연방준비제도(FED)는 11월 말부터 자산매입 축소를 발표했는데, SGI는 “만성적 저성장, 인플레이션, 과도한 재정적자 등으로 취약성이 높은 일부 신흥국 중심으로 경제성장 둔화 및 수입수요 감소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신흥국 중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8.0%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내년에 5.6%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중국 성장률이 6% 밑으로 내려간 건 코로나 19를 겪은 지난해(2.3%)를 제외하면 1990년(3.8%) 이후 처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5.3%로 매우 높은 상황으로 중국 수입수요가 줄어든다면 국내 수출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실제 SGI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0.56%p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SGI는 수출 리스크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수출품목 다양화 ▲친환경·고부가 신산업 육성 ▲수출시장 다변화 ▲공급망 관리를 제언했다.
먼저 수출품목 다양화를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등 상위 10대 수출품목 의존도가 56.5%로 매우 높아 개별 산업 위험에 취약한 수출구조를 가진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바이오, 생명과학, 뷰티, 푸드 등 소비재의 국내 공급능력을 강화하고 한류 및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시장 다변화도 언급했다. “기업들은 중국 수출을 대체할 만한 아세안·선진국 등 수출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해외시장 판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수출상담회 확대, 온라인·편의점 등 새로운 유통채널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관리를 주문했다. “코로나 위기 이후 특정 지역의 생산중단, 봉쇄, 수출금지 등에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신규 수입국 확보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 구축 지원과 저임금 목적으로 해외로 간 국내 기업에 스마트공장과 제조 로봇 지원 등 통해 생산시설 국내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한상의 우태희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코로나 19의 경제적 충격에도 수출이 양적·질적으로 한단계 성장하며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며 “내년에는 반도체 사이클 전환, 신흥국 성장 둔화 등 위험 요인에 잘 대응하고 미국이 구상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틀(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입수하여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