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코로나 백신에 기생충”…백신 못 믿는다는 의료인들, 실명까지 공개

입력 | 2021-12-20 11:11:00

산부인과 전문의 A 씨가 13일 서울 강남 백신패스 반대 집회에 참석해 백신 실험 결과 미생물이 나왔다며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최근 온라인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미생물(기생충)이 다량 검출됐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의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의료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영상이 공유돼 화제가 됐다. 이들이 소속된 단체는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홍보해 대중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단체 소속의 한 산부인과 의사 A 씨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백신을 배양한 뒤 이를 특수입체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정체불명의 미생물 확인체를 발견했다”고 말하며 ‘백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까지 의사 30여 명이 극비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험용 백신 속에 미생물, 기생충, 알 수 없는 물질들이 있었다”, “직접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해당 의료인들이 자신의 실명까지 공개하며 주장을 펼치자 이는 빠르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공유되며 백신 불신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만 12~17세 청소년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13일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함께하는사교육연합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방역패스 반대 및 김부겸 총리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에 대해 기생충 전문가인 서민 단국대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백신은 엄격한 무균 상태에서 제조되고 화이자 같은 경우 영하 50도에서 보관·운반되기 때문에 백신 제조 과정에서 미생물이 섞여 들어갔다 해도 살아있을 확률은 희박하다”며 “백신 배양액에서 뭔가가 자랐다면, 그건 배양을 더럽게 한 탓에 미생물이 섞여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괴담은 괴담일 뿐”이라며 “미생물 괴담은 그야말로 괴담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실재한다면 식약처에서 대응해야 할 의약품 안전과 관련된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등 음모론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하거나 내용에 따라 고발, 신고 절차를 통해 엄정 대응 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 등 경찰과도 협조해 대응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왕재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장하는 ‘백신 무용론’에 대해서도 홍 팀장은 “저희가 확인한 과학적 근거는 백신에 감염 예방과 중증·사망 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라며 “1~2명의 과학자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연구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A 씨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의협 자율정화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해당 회원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왜곡된 여론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대국민 불신을 조장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근거 없는 잘못된 의학정보를 제공하여 의사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전체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전체 의사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해당 회원에 대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