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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오미크론 놀라운 확산력…힘든 겨울 될 것” 경고

입력 | 2021-12-20 13:35:00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CNN 타운홀 미팅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2021.12.02 (사진출처=CN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미국에선 “힘든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의 특성 상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급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커지면서 미국 경제에도 본격적인 피해가 시작되고 있다. 이미 직장과 학교가 일부 폐쇄되는 등 경제가 다시 봉쇄의 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19일(현지 시간) CNN과 NBC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겨울철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오미크론에 대해 매우 분명한 한 가지는 그것의 놀라운 확산 능력과 전염력”이라며 “오미크론이 진짜로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을 봐도 전체 감염자 중 오미크론 감염 비율이 불과 몇 퍼센트였다가 이제 30~50%까지 올라가는 지역이 있다”며 오미크론의 확산은 시간 문제라고 봤다.

파우치 소장은 미국의 의료체계에 부담이 생기면서 힘든 겨울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는 이를 피할 수가 없다”면서 “오미크론 때문에 겨울이 깊어가면서 우리는 힘든 몇 주, 또는 몇 달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에 백신 접종 자격이 되는 데 아직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해도 돌파감염이 생기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부스터샷 접종자와 일반 접종자, 미접종자 사이에는 중증 질환에 빠질 위험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년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이 바이러스는 매우 예측 불가능하다”면서 향후 팬데믹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시인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원장도 향후 수주 동안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하루 확진자가 곧 100만 명이 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관건은 이 100만 명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증세가 심할 것인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그저 숨을 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 수는 19일 현재 13만3012명으로 11월 말에 비해 60% 급증했다. 하루 사망자는 약 1300명, 입원 환자는 7만 명 선으로 역시 증가 추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코로나19 상황과 오미크론 변이 대책에 관한 특별 연설을 할 예정이다.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생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온라인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의 통계를 인용해 이달 6~12일 미국 음식점들의 고객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2%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1주 전과 2주 전에는 2년 전 대비 각각 9%, 4% 손님이 적었던 것에 비하면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크리스 퓨슬리어 씨는 최근 종업원 중 한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지난주에는 주중 점심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그는 “새해가 되면 시내 근로자들이 사무실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오미크론 때문에 재택 근무를 지시하고 있다”고 했다.

맨해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랜스 라핀 씨도 최근 며칠 간 고객 서너 명이 갑자기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미용실의 주된 고객도 직장에 출근하는 근로자들이지만 이들의 사무실 복귀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쇼핑객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시즌은 미국에서 그야말로 쇼핑 대목이지만 코로나19의 위험 때문에 매장이 한산해지고 있다. 매장 내 카메라로 고객들의 동선을 추적하는 센서매틱솔루션에 따르면 12~18일 매장 내 유동 인구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나 급감했다. 유동 인구 감소폭은 그 전주나 전전주에는 10%대에 불과했지만 점점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각 기업들은 오미크론 출현에 대응해 이사회나 연례 모임 등을 취소하고 원격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WSJ는 “거의 2년 동안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위기, 인력 부족과 비용 상승 등 어려움을 겪어 왔던 업체들이 이번에는 오미크론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