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통령선거의 결선투표에서 학생운동 출신의 젊은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 (35)가 개표 98.76%가 진행된 시점에 라이벌인 우파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패배를 인정한 뒤, 2026년까지 국정을 이끌어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두 사람은 99 % 개표 완료된 시점에 보리치가 56%, 카스트가 44%의 득표가 확인되면서 당락이 갈렸다.
칠레는 지난달 21일 1차 선거를 진행했다. 그러나 총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후보가 결선 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1500만명 가량의 칠레 유권자들을 상대로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4만6000여개 투표소에서 선거를 진행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극한적인 대립이나 비방전과는 대조적으로, 카스트는 즉시 패배를 인정하고 트위터에 자신이 보리치에게 “위대한 승리”를 축하한다며 전화를 걸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보수파 억만장자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도 보리치와 화상 원격 회담을 즉시 열고, 앞으로 3개월간의 정부 인수 기간 중에 정부가 최대한의 협조를 다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보리치는 피녜라 대통령과 함께한 짧은 TV중계된 인터뷰를 통해서 “ 나는 앞으로 모든 칠레국민의 대통령이 될것”이라는 인삿말을 전했다.
보리치의 승리는 앞으로 남미 전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국가들이 수 십년간의 경제적 성과를 뒤집는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인해 이념적 대립의 재등장으로 분렬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남미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건강보험 문제와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 양극화가 첨예하게 드러나면서 정치문제화 하고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2014년 교육의 질 향상을 촉구하는 학생 시위를 주도한 뒤로 의회에 진출한 여러 명의 활동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1973년-1990년 칠레를 철권통치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을 “ 땅에 파묻겠다”고 공약하고 “수퍼 부자”들에 대한 중과세로 사회복지 서비스 향상, 불평등과의 전쟁, 환경보호 기금 확대 등을 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피노체트 군사독재의 유산을 옹호해온 극우파의 카스트는 1차 투표에서 2%나 보리치를 앞섰지만 둘 다 과반득표를 못해 결선을 치르게 되었다.
결선투표에는 1차 때보다 120만명이나 더 많은 유권자들이 참여해서 보리치는 2012년 대선 이래 최다 득표인 56%의 표를 얻었다.
55세의 가톨릭 신자인 카스트는 9남매의 아버지로 극우파 진영에서 나섰지만, 2017년 선거에서는 8%도 안되는 득표율을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파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추종하는 정치적 입장을 강조했다.
또 아이티와 베네수엘라에서 몰려드는 이민들에 대한 칠레 국민의 공포감을 선거전략에 이용했다. 의회 하원의원 시절에는 칠레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섰고, 남미이민들을 범죄자로 몰아 반대했다.
카스트는 최근에는 아버지가 히틀러의 나치당원 정식 당원증 소유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보리치는 칠레 공산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 연합의 지지 후보로, 중도파 자문역들을 선거 팀에 영입해서 자신의 개혁과 새 경제정책이 서서히, 확실성을 가지고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각인 시키는데 성공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