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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자는 회사 나오지 마”…방역패스에 직장인들 ‘전전긍긍’

입력 | 2021-12-20 16:27:00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입구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를 보여주고 있다.2021.12.13/뉴스1 © News1


“방역패스가 미접종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씨(20대)는 지난주 금요일 회사로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출근할 수 없습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허탈감을 느꼈다. 그는 갑작스러운 회사의 통보를 받고 20일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이씨의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재택근무를 실시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전국 5차 대유행으로 인해 회사에서 매주 2회 진단검사 실시를 의무화한 데 이어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최근 정부가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확대한 것과 관련해 백신 미접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방역패스 시행 범위가 식당·카페로 넓어지면서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이씨처럼 직장 생활 관련 방역패스 고충도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이씨는 “회사에서 미접종자에 대한 불이익이나 권고 공지가 없었는데 너무 당황스럽다. 10일 후에 예정됐던 백신 접종도 당장 오늘로 급하게 당겼다”며 “직업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운데 2차 접종할 때까지는 출근할 수 없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지난주에는 접종을 완료한 직원들과 같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지 못하게 하더라”며 “엄연히 회사라는 조직 생활을 하고 있는데 혼자 밥을 먹고 왕따로 다녀야 하는 수준까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회사에서 성실하게 진단검사를 받아왔는데도 이런 대우를 받을 줄은 몰랐다”며 “오랜만에 지인들과 연말 약속을 잡았지만 전부 취소했다. 방역패스가 죄를 짓지도 않은 미접종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주변에 여성 호르몬 부작용자가 많았던 또다른 직장인 이모씨(20대)도 이번 방역패스 확대 실시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백신을 맞고 난 뒤 혹여나 임신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이씨는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데도 인과성 인정이 어려워 보상받은 사람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며 “실제로 미접종자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거나 바이러스 전파자라고 흉보는 주변 접종자들도 있었다. 당분간 회사 점심을 혼자 먹어야 해 걱정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역패스가 대중교통이나 마트, 병원까지 적용되면 어쩔 수 없이 백신을 맞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때까지는 최대한 접종을 미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접종자들은 지금부터 백신을 접종해도 당분간 식당에서 ‘혼밥’ 신세를 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패스는 2차 접종을 마치고도 14일이 지나서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1차 접종자 김모씨(20대)도 “접종을 하지 않으면 식당에서 혼자서만 밥을 먹을 수밖에 없어 조만간 화이자 2차를 맞을 예정”이라며 “2차 접종까지 해야 방역패스를 쓸 수 있어 당분간 외식이나 모임은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방역패스가 현재 확산세를 줄이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확진자의 3분의 2 정도가 이미 백신 접종자이며, 60세 이상 고령 확진자의 80%가량이 방역패스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곧 오미크론 변이가 지역사회로 전파되면 2차까지 적용되는 방역패스 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를 실시한다고 감염 전파를 막는 데는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방역패스만 믿고 외려 개인 방역수칙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아질 수도 있어 ‘방심패스’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의료진 등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 자주 이뤄지는 직종에 대해선 방역패스를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일반 국민 전체를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행위”라며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인권 침해 문제가 있어 방역패스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변이만 없어도 내년 2월쯤에는 확산세가 잡히겠지만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1월 말이나 2월쯤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파력도 델타 변이보다 커 2차 접종만으로는 오미크론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