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후 현금청산 대상 알게 돼… 경매 포기땐 입찰보증금 날려 공시 물건 ‘중요사실 누락’ 들어… 법원에 매각불허가 신청해야 수용땐 보증금 전액 돌려받아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직장인 A 씨는 3년 전부터 매수할 집을 알아보던 중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66m²)가 경매로 나온 걸 발견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어 곧바로 해당 매물을 확인했다. 인근 아파트보다 싼 데다 재건축이 추진 중이라 나중에 자본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강제경매로 돼 있었다. 이는 모두 경매로 소멸되는 권리였다. 경매로 낙찰받더라도 인수해야 하는 권리는 없었다.
경매 1차 최저가는 3억500만 원으로 매매 시세(4억3000만 원)는 물론 전세 시세(3억5000만 원)보다 4500만 원가량 저렴했다. 최저가에 낙찰받아도 1억 원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금액을 3억520만 원으로 써냈고, 단독 입찰로 낙찰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매각허가 결정까지 받았다.
그런데 뒤늦게 아파트 재건축 조합으로부터 해당 아파트가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해당 단지는 사업승인 결정을 이미 얻었고, 재건축 사업의 최종 관문으로 불리는 ‘관리처분인가’만 앞둔 상태였다. 관리처분인가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웠다. 현금청산 예상액은 2억8000만 원 정도였다. 조합 예상대로 경매로 매수한 아파트가 현금청산을 당하면 2520만 원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경매를 포기하면 법원에 낸 입찰보증금 3052만 원을 잃게 되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매각불허가 신청은 경매 매수인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신청 요건은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없는 경우 △최고가 매수인이 부동산을 매수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경우 △부동산을 매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최고가 매수인을 내세워 매수하기로 한 경우 △최고가 매수인이나 그 대리인을 내세워 매수 신고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매수 신청을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담합한 경우 △최저매각가 결정이나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된 경우 △경매 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 등 7가지다.
A 씨 사례처럼 법원이 공시한 매각물건명세서 또는 현황조사서에 중요한 사실이 누락됐거나, 공시 내용이 사실과 달라 손해가 예상된다면 매각불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A 씨는 법원이 매각불허가 신청을 했다. 재건축 조합이 현금청산 관련 사실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신청 1개월여 만에 법원은 매각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입찰보증금 3052만 원을 돌려받았다. A 씨는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손해를 입을 뻔했다. 하지만 허둥대지 않고 차분한 대응으로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