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업황 긍정적이나 불확실성 커 소부장은 업황 사이클서 자유로워
배현기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기존에 반도체 스몰캡(중소형주) 전망은 국산화를 통한 수혜, 성장하는 검사·계측 공정, 변화하는 후(後)공정 등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두고 관련 업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해 왔다. 스몰캡을 강조한 건 구조적인 성장성이 나타나는 부문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이다. 다만 사이클 측면에서 예전과 같은 대세 상승장보다는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상승 폭 자체도 과거에 비해 좁혀진 상황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반도체 부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관심을 갖고 봐야 할 변화는 극자외선(EUV) 장비와 관련한 ‘펠리클’과 ‘원자현미경(AFM)’, 그리고 첨단 패키징을 중심으로 한 ‘후공정’이다. 신기술을 통해 시장에 초기 진입한 뒤 선점 효과를 누리면서 진입 장벽을 구축한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자외선 장비는 국산화와도 맞물려 있다. 국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D램 부문에서 EUV 도입 확대로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후공정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건 최근 반도체 시장의 두 가지 변화와 연관이 있다. 우선 반도체 전(前)공정에서 2년마다 집적도와 성능이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성립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EUV 도입을 통해 추가적인 집적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EUV 장비 가격이 비싼 만큼 미세화를 위한 추가 비용도 커지고 있다. 전공정의 한계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후공정에서 이를 상쇄시켜 줄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시스템온칩(SoC)으로 칩 사이즈가 커지면서 수율 문제가 나타나자 이에 대응한 새로운 첨단 패키징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반도체시장의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내년에는 올해와 달리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외부 변화가 존재한다. 첫째, 전년 동기 대비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둘째, 지속되는 파운드리 공급 부족과 글로벌 파운드리 투자의 구조적인 확장 트렌드다.
전방의 투자 규모 등에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서 자유로운 소부장 업체들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배현기 삼성증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