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나쁜 아빠’ 2명의 신상 정보가 처음 공개됐다. 여성가족부는 19일 홈페이지에 양육비 미지급 금액이 1억2560만 원인 A 씨와 6520만 원인 B 씨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근무지 등을 올렸다. 양육비를 받지 못했던 이혼한 여성이 법원의 감치명령 이후에도 지급을 외면하는 전남편의 신상 공개를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아마도 신청자의 가슴은 그동안 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신상 공개엔 당연히 얼굴 사진이 나올 법하지만 빠졌다. 근무지도 도로명만 있을 뿐 상세 주소가 없다. 이래서는 한눈에 ‘나쁜 아빠’가 누군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 앞서 민간단체 ‘배드파더스(Bad fathers)’는 신청을 받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아빠’들의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며 지급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3년간 900여 건의 양육비 지급 성과도 거뒀다. 이 단체는 정부가 직접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두 달 전 활동을 중단했다. 이번에 정부가 얼굴을 뺀 ‘무늬만 신상 공개’에 나서자 “배드파더스만도 못하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신상 공개에 앞서 10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처음 시행했는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처벌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여전히 양육비 지급을 외면하고 있다. 출국금지는 6개월, 면허 정지는 10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풀리는 만큼 일단 버티고 보는 것이다. 양육비를 계속 지급하지 않으면 이런 처벌을 연장할 수 있다지만 심의 과정 등에만 다시 1, 2년이 필요하다. 이러니 실효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양육비 지급을 외면하는 것을 이혼한 부부의 이견이나 갈등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어린 자녀의 복지 및 생존권을 위협하는 또 다른 아동학대로 봐야 한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들이 양육비를 강제징수하거나 고발 조치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부 또한 관련한 법 집행에 있어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나쁜 아빠’들의 이번 신상 공개를 그 시작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