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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낭만주의 문호 호프만은 슈만과 차이콥스키, 오펜바흐 등의 음악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그림에도 남다른 재능을 자랑했던 호프만의 자화상. 동아일보DB
지인의 질문에 잠시 골똘해졌지만 이내 답을 찾았다. 음악은 재현예술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악보만 들여다봐서는 음악을 느낄 수 없다. 연주라는 ‘행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주하는 순간, 그 자리는 진품이 있는 자리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작곡가의 탄생이나 서거 기념연도를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호프만은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독일 문화계는 이른바 ‘요정 낭만주의 시대’로 불린다. 소설 속에 요정과 같은 초현실적 존재가 자주 등장하고, 꿈과 현실이 모호하게 뒤섞였다.
호프만은 법률을 전공하고 법관이 됐지만 예술에 대한 매혹을 버리지 못하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모차르트를 사랑해 기존의 자기 이름에 모차르트의 중간이름(미들네임)인 ‘아마데우스’를 집어넣었다. 낮에는 법관으로 일하고 밤에는 예술가들과 어울리는 이중생활 때문에 ‘밤의 호프만’ ‘도깨비 호프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음악가도로 알려졌다. 물의 요정을 소재로 한 오페라 ‘운디네’를 썼고, 교향곡이나 발레곡, 피아노곡도 작곡했다. 밤베르크 궁정악단에서 악장(오늘날의 지휘자)으로 일하기도 했다. 밤베르크에 가면 광장에 그의 동상이 있고, 그가 글을 쓰고 작곡하던 작업실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는 호프만의 단편 ‘모래요정’에서 이야기를 따왔다. 인조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형 로봇, 휴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오늘날에도 다시 읽어볼만한 이야기다. 같은 이야기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1막에도 사용됐다. 이 오페라에서 한층 사랑받는 장면은 3막 시작 부분의 ‘호프만의 뱃노래’다. 3막은 여성에게 매혹당해 자신의 그림자를 넘겨주고 마는 사람의 이야기다. 호프만의 ‘섣달 그믐날 밤의 모험’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우리가 호프만과 가장 친해지기 쉬운 경로는 역시 연말마다 찾아오는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일 것이다. 어린 소녀 클라라가 쥐와 싸우는 호두까기 인형 왕자를 도와주고 보답으로 인형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에서 줄거리를 가져왔다.
클라라가 신고 있던 구두를 던져 쥐의 군대를 물리쳤듯이 2022년에는 당면한 대역병의 공포 앞에서 인류가 도전과 실험정신, 용감함으로 난관을 물리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선은 ‘호두까기 인형’의 행복한 선율과 함께 모두가 행복한 성탄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