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윤종)튜브]작곡가들 영감의 원천, 호프만 서거 200주년

입력 | 2021-12-21 03:00:00

www.youtube.com/classicgam



독일 낭만주의 문호 호프만은 슈만과 차이콥스키, 오펜바흐 등의 음악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그림에도 남다른 재능을 자랑했던 호프만의 자화상. 동아일보DB


“작곡가들에겐 탄생 100주년이니 서거 50주년이니 하는 기념연도가 왜 그렇게 중요하죠? 화가나 문호의 경우보다 훨씬 크게 기념하는 것 같아요.”

지인의 질문에 잠시 골똘해졌지만 이내 답을 찾았다. 음악은 재현예술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악보만 들여다봐서는 음악을 느낄 수 없다. 연주라는 ‘행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주하는 순간, 그 자리는 진품이 있는 자리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작곡가의 탄생이나 서거 기념연도를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2021년은 생상스 서거 100주년이었다. 2022년은 어떤 작곡가들의 기념연도일까. 벨기에 출신 프랑스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1822~1890) 탄생 200주년을 맞는다. 탄생 150주년이 되는 작곡가로는 영국의 본윌리엄스, 러시아의 스크랴빈, 스웨덴의 알펜 등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작곡가로서보다 문인으로 더 알려진 인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새해에 서거 200주년을 맞는 독일 작가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1776~1822)이다. 연말에 사랑받는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가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됐다.

호프만은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독일 문화계는 이른바 ‘요정 낭만주의 시대’로 불린다. 소설 속에 요정과 같은 초현실적 존재가 자주 등장하고, 꿈과 현실이 모호하게 뒤섞였다.

호프만은 법률을 전공하고 법관이 됐지만 예술에 대한 매혹을 버리지 못하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모차르트를 사랑해 기존의 자기 이름에 모차르트의 중간이름(미들네임)인 ‘아마데우스’를 집어넣었다. 낮에는 법관으로 일하고 밤에는 예술가들과 어울리는 이중생활 때문에 ‘밤의 호프만’ ‘도깨비 호프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음악가도로 알려졌다. 물의 요정을 소재로 한 오페라 ‘운디네’를 썼고, 교향곡이나 발레곡, 피아노곡도 작곡했다. 밤베르크 궁정악단에서 악장(오늘날의 지휘자)으로 일하기도 했다. 밤베르크에 가면 광장에 그의 동상이 있고, 그가 글을 쓰고 작곡하던 작업실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는 호프만의 단편 ‘모래요정’에서 이야기를 따왔다. 인조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형 로봇, 휴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오늘날에도 다시 읽어볼만한 이야기다. 같은 이야기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1막에도 사용됐다. 이 오페라에서 한층 사랑받는 장면은 3막 시작 부분의 ‘호프만의 뱃노래’다. 3막은 여성에게 매혹당해 자신의 그림자를 넘겨주고 마는 사람의 이야기다. 호프만의 ‘섣달 그믐날 밤의 모험’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

호프만의 작품세계는 낭만주의 작곡가인 슈만의 정신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슈만의 피아노곡 ‘크라이슬레리아나’는 호프만의 소설 ‘수코양이 무르의 인생관’에 나오는 음악가 크라이슬러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주인공인 크라이슬러는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고양이 무르에게 들려준다. 그런데 무르가 그 이야기를 작가 호프만의 이야기가 적힌 종이에 적어 두 이야기가 뒤섞여 버린다. 뒤섞인 이야기처럼, 슈만의 이 피아노곡도 변덕스럽게 분위기가 마구 뒤섞인다. 슈만이 가진 두 가지 자아를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호프만과 가장 친해지기 쉬운 경로는 역시 연말마다 찾아오는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일 것이다. 어린 소녀 클라라가 쥐와 싸우는 호두까기 인형 왕자를 도와주고 보답으로 인형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에서 줄거리를 가져왔다.

클라라가 신고 있던 구두를 던져 쥐의 군대를 물리쳤듯이 2022년에는 당면한 대역병의 공포 앞에서 인류가 도전과 실험정신, 용감함으로 난관을 물리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선은 ‘호두까기 인형’의 행복한 선율과 함께 모두가 행복한 성탄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