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취약한 2030 여성 표심 잡기
붉은색 목도리 걸어주는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영입인사 환영식을 열고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에게 환영의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왼쪽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0년생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20일 영입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 사무실에서 개최한 환영식에서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더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가장 취약한 2030세대 여성 유권자층을 겨냥한 영입이지만, 당내에서는 적잖은 반발이 일었다.
○ 尹, ‘이대녀’ 표심 겨냥한 깜짝 영입
신 대표는 이날 환영식에서 “윤 후보가 여성 폭력을 해결하고, 좌우를 넘어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 함께하기로 했다”며 “첫 번째 목표는 정권교체, 두 번째 목표는 승자 독식이 아닌 공생의 정치가 이뤄지는 정권교체”라고 말했다. 과거 윤 후보에 대해 “조직폭력배 같다”고 했던 신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직접 만나 보니) 내가 갖고 있던 편견과 많이 달랐다”며 “좌우가 아닌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은 택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 국민의힘이랑 정책적 방향이 100% 같지 않다. 아직도 제3지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녹색당 소속으로 2016년 총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신 대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젠더 이슈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해 온 정치권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다. 신 대표는 2030세대 남성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가 혐오언어나 프레임을 사용해 많은 여성들이 위협을 느끼게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강원도 군 부대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99가지가 다르더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일치한다면 모두 손잡고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신 대표에 대해서도 “대화를 해보면 국민의힘에 계신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이 대표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새시대준비위) 김한길 위원장이 (신 대표 영입) 상황에 대해 주말 중 문의해 왔고 김 위원장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하고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에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젠더 이슈에 대한 당 차원의 노선 변경은 없다는 의미다.
페미니즘과 진보 이슈에서 신 대표와 비슷한 지점에 서 있었던 정의당은 신 대표의 행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그동안 페미니즘 정치, 녹색 정치를 표방했던 신지예 씨의 기괴한 변절이 놀랍다”고 했다.
○ 전투복 입은 尹 “군인 월급 대폭 인상”
신 대표 환영식에 이어 윤 후보는 이날 강원 철원 백골부대를 방문해 군인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가에 충성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군 장병의 노고에 합당한 처우를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병사 월급을 대폭 인상하고, 직업군인의 위험근무수당, 특수업무수당, 초과근무수당, 주택수당 등을 현실화하겠다.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수당을 두 배 인상하겠다”는 군 처우 개선 공약도 발표했다. 윤 후보는 또 학군장교(ROTC) 모집 미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무 기간을 현행 28개월에서 24개월로 줄이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