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주차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파트 출입구 앞에 주차해놓고는 민원이 들어오자 “할 말 있으면 직접 하라”는 공고문을 붙인 차주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0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북 영천 주차 빌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두 장의 사진을 첨부하며 “주차 공간 텅 비어있는 낮 시간대에 출입구에다가 일부러 저렇게 해놓는다”고 말했다.
작성자가 올린 사진에는 주차구역이 아닌 장소에 주차된 검은색 SUV 차량의 모습이 담겼다. 다른 한 장은 차주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공지글의 내용을 찍은 사진이다.
그는 “누군가는 맞는 말이라 할 수 있고, 누군가는 개념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며 “늦은 시간 퇴근하고 와서 1층, 지하 두 곳 다 주차할 데가 없어 입구나 통로에 주차를 한다. 그렇다고 차량과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 중에 2대 초과(할 경우 관리비를) 2만 원씩 더 내고 주차를 하는 분들도 있다”며 “돈 주고 아파트 사서 살면서 주차장 한 칸도 편하게 못 쓰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찍 들어와라’, ‘양심 없다’, ‘배려 없다’ 그런 소리 할 거면 2대, 3대 주차하지 말고 1대만 아파트 내부에 주차하라. 2~3대 주차하며 그런 소리 하니 나도 어이가 없다”라며 “주차할 곳 없으면 아무 데나 주차할 것이니 할 말은 관리실에 하지 말고 차에 번호 있으니 직접 연락 달라”고 말했다.
A 씨는 끝으로 “저도 억울해서 그냥 주차할 것이니 배려 타령하지 말라. 그놈의 배려 먼저 하고 그런 소리를 하라”며 자신의 차량 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남겨놨다.
자신이 A 씨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 글에 댓글을 달았다. 그는 “낮에 주차해둔 게 아니고 야간에 일을 마치고 들어와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다른 차량에 피해가 가지 않게 이중주차를 해놓았던 것”이라며 글의 내용을 반박했다.
또 “해당 자리는 아파트 출입구가 있어 평소에도 주차하지 못하게 사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주황색 봉으로 막아놓은 곳”이라며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경우 다른 차량이 통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이중주차를 해두는 건 불법이 아님에도 ‘양심이 없고 배려가 없다’ 이런 소리 들으면 기분 좋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제가 낮에 일부러 주차 자리를 막아둔 것처럼 주차 빌런이라느니 개인정보도 가리지 않고 글 게재한 점 책임 묻겠다”며 작성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래도 아침에는 옮겨야 한다”, “저렇게 주차하면 출입문으로 다니는 주민들이 기분 좋겠나. 말도 안 되는 핑계다”, “내가 차를 댔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안 갈지 생각을 해봐라”는 등 A 씨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공동 주택 주차장에서 무개념 주차를 막기 위한 ‘주차장 분쟁 해결 3법’을 지난 8월 발의했다.
3법 개정안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부설주차장 출입구를 주차금지 장소로 추가하고, 주차 질서를 위반하면 주차장 관리자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견인, 과태료 처분 등 행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주차 질서 위반차량이 협조 요청에 불응할 경우, 관리자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행정조치 요청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